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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Feb 25. 2021

1LDK의 낮과 밤

지금 다시 1일을 시작한다면, 밤을 외면하지 않는 아침들



세상 참 아이러니하게도 집'콕'을 했더니 집'밖'이 보이기 시작했고 내게 집이란 건 내가 아닌 것들과의 관계임을 깨닫는다. 근래 내게 들려온 집밖의 이야기. 쿠마 켄고와 무지와 뽀빠이와 랭킹랭킹과 어느 비지니스 호텔에서의 '일하는 하루'에 관하여.


# 요즘은 재택 근무에 집 안에 집을 들이는 코야小家가 인기라고 하더니, 그렇게 주구장창 인테리어 특집을 만들더니 뽀빠이가 집을 만든다. LIFE LABEL과의 콜라보. 뽀빠이는 '그냥 이대로 주세요'라 말하고 싶은 집이 콘셉트라 말하고, LIFE LABEL은 '집도 컬쳐'라고 이야기한다. 맘대로 고칠 수가 있고 원하면 한 층을 올릴 수도 있닥. 귀찮음을 동반한 어떤 자유의 획득. 20여 평의 1LDK. 근래 도시의 변화는 잡지를 닮아간다고 느꼈는데, 잡지는 이제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후즈크에의 독서 모임은 정말 말 한 마디 섞지 않고, 책만 읽는 2~3시간. 타이틀이 대화가 없는 독서회, 그리고 독서의 시간을 공유하는 #후즈크에시간


#얼마 전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던 세계 모든 라디오局과 도쿄의 책방 후즈크에 아쿠츠 씨가 만든 '독서하는 지도', 'fuzkue時間.' 앞은 지도의 노란 불을 클릭하면 그 지역 라디오가 송출되는 방식이고, 후즈크에 씨의 지도는 내가 책을 읽을 때, 그 자리를 클릭하면 노란 불이 켜진다. 함께 있지 않지만 '곁에'라는 감각. 노래도, 책도 어쩌면 모두 이를 위해 만들어졌던 게 아닐까.


http://radio.garden/visit/edogawa/csRI36NL 전세계 모든 라디오를 모아놓은, 주파수의 map.



# 반 시게루 의 화장실은 투명한 탓에 다소 노골적인 톤으로 보도가 되기도 했지만, 이건 시부야가 공중 화장실을 다시 쓰는 프로젝트(모두 17곳) 일환이다. 가장 최소한의 일상에서 공공성을 실천하는 예. 시작은 장애를 가진 이들의 불편에 대한 고민이었고, 내 삶의 가장작은 '필요'를 공평하게 충족시켜줄 때 실현되는 쾌적함이 있다.

청소부들 유니폼은 NIGO가 디자인.  안도 타다오의 화장실 은 둥그렇게 동선을 설계해 나가고 들어가는 타이밍의 '부딪힘'을 사전에 방지하기도 하고, 안도는 '비 올 때의 처마, 깨끗하면 와서 쉬었다도 가지요'라 말하기도 했다. "사람은 너무 깨끗하면 굳이 더럽히지 않는 성질이 있어요." 이런 성선설.


위에서 가운데 안도 타다오作, 가장 우측, 그리고 아래서 가장 좌측 반 시게루作


NIGO가 디자인한 시부야 토일렛 유니폼. 청소할 맛 나겠어요.


그리고,  야마테센의 뉴스 레터 는 매주 화요일 아침에 도착합니다. 

#05호 중에서

https://maily.so/tokyonotable/posts/7af352


# 일본에선 매년 ' 살고싶은 마을' 랭킹 을 발표해요. 우리 동네 얘기도 아니면서 관심이 가는 순위인데요. 올해 그 순위에 커다란 지각 변동이 있었습니다. 보통 키치죠지, 혹은 나카메구로나 에비스 정도가 상위에 랭크되곤 했어요. 예쁜 카페나 힙한 가게가 많고, 셀렙들도 자주 출몰하고, 키치죠지는 근처 이노카시라 공원까지 있어서, 도심에서 휴식도 찾기에 최적이었죠. 그런데 올해 가장 살고싶은 마을은, 무려 저는 듣도보도 못한 '혼아츠기本厚木'입니다. 카나가와 현에 있고, 도쿄에서 전차로 40분 정도라고도 하는데요. 역시나 재택 근무, 텔레 워크의 영향이 크다고 말해요. 지난 해 도쿄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받는 '이케부쿠로'가 1위에 오른 것도 이변이었는데, 올해는 '탈・도쿄', '로컬' 시대의 전초처럼도 느껴지네요. 빌딩 숲의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도심이 아닌, 한적한 지방에서의 둥지. 단지 '주소지'의 변화만은 아닐거에요.


파란 지역이 전년보다 순위가 하락한 곳, 빨강이 상승한 지역들


보다 안심하고 생활하고 싶다는 마음, 텔레 워크, 온라인 수업의 정착으로 앞으로도 당분간 이 흐름은 지속되 거라 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기로 지금까지 편리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생활 스타일을 재고하고, 편리성 뿐 아니라 생활의 여유, 지역에서의 커뮤니티 등에 맘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LIFULL HOME'S 치프 애널리스트 나카야마 토시아키 


#각각  루이비통,  지미츄,  무인양품 '찾아가는 가게.' 앞의 둘은 코로나 이후, 무지는 이동이 불편한 지역을 찾아 시작한 서비스지만, 새삼 일상의 지금이 아닌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당장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궁여지책에 임시방편이지만, 산다는 건 이럴 수도 있었고, 혹은 그랬고, 변화란 본래 '하지못함'에서 시작한다. 언제나 시작은 '하지 못함'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거기서 비로소 '할 수 있음'의 내일이 보인다.


https://youtu.be/GoAMG89S8Ac


2019년, 무인양품은  전세계의 '청소'하는 모습 을 촬영하며, '청소'는 인간과 자연의 발란스를 기분 좋은 상태로 다듬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나라의 사원, 대불상의 몸체, 마을 거리의 빗질이나 마루 바닥의 로봇 청소기를 담담히 바라보는 영상은, '마음이 좋은(편안한) 상태' 그 자체의 그림이기도 했는데, '자연을 자연대로 방치하는 건 낙엽이 떨어져 바닥에 쌓일 뿐일 뿐이고, 줄기가 엉크러져 뒤섞일 뿐이라는, 그래서 적절히 받아들이며 '청소'를 하는 '인간'으로서의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철하고도 충격이었다. 자연이라는 어떤 불편함.



매일같이 어마어마한 양의 계란을 사용하는데, 실은 노란자만 이용할 뿐, 고민은 거기서 시작됐다고 해요. 말하자면 식재료 로스 loss 의 다음 실천인거죠?!


#-1 그와 같게, 그리고 다르게. 마요네즈 브랜드로 알려진 큐피의 이 공장 영상은 볼수록 맘이 편해진다. 하루 70만 톤의 계란을 흰자와 노른자로 분류하고, 껍질은 잘게 갈아 만들어지는 게 '환경 친화적 분필', 흰자의 활용이야 빵집, 식탁 안에서만도 수도 없지만, 이런저런 작용을 가미하면 화장품으로, 농촌의 논과 밭에서 토질을 중화시켜주는 보조제로, 최근엔 소독제 관련 제품으로도 활용이 되고있다. 말하자면, 30g 계란 한 알을 조금도 남김없이 100%로 활용하는 셈이다. '큐피'엔 껍질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하는데, 그게 벌써 60년째다. "(일본 계란 생산량)의 1/10을 사용하는데, 수 만톤의 버려지는 달걀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 시작했죠." 이런 책임감, 아니 바른 마음. 세상 '무리없는 일'에 기분 나빠질 일은 없고, 지속 가능함이란 별 일 없이 돌아가는 공장의 컨베이너 벨트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큐피는 볼 때마다 마요네즈 주제에 뭐 이리 귀엽나 생각하지만, 그건 그저 기분 좋아지는 그림의 표정이었다.

https://youtu.be/aXtJdb34HXA

저장해놓은 영상이 실종되서, 오래 전 거 남겨요. 1분 20초 부분...세상 편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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