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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형 Jun 21. 2020

디자이너를 꿈꾸던 내가, 사회적 기업가가 되기까지

열여덟, 나에게 사회적 기업을 알게 해 준 한 경연대회


나의 꿈은 언제나 디자이너였다. 내가 디자이너의 꿈을 갖게 된 것은 아마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보고 배운 것들 덕분일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그는 나와 동생에게 뭔가 필요해지면 주로 만들어서 선물을 해주시곤 했다. 학교에 입학할 때면 필통을, 여행을 간다고 할 때면 가방을 만들어주시던 아버지였다. 나에게 창작은 ‘아버지가 하는 일’처럼 가까운 일이었고, 나는 아버지의 일을 좋아했다. 아버지가 하는 일이 디자인고 그가 디자이너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했던 것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즈음 나의 꿈도 디자이너라 명명하기 시작했다. 고등 시절을 거치며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디자인의 방향과 철학이 생겼더랬다. 디자이너가 뭔지도 몰랐던 때부터, 나의 고등 시절을 거쳐, 대학을 입학해서도 내 꿈은 언제나 디자이너였다. 그랬던 내가 어느새 사업을 하고 있더라. 디자이너를 꿈꾸던 내가 사업가가 된 이유. 거기에는 열여덟, 디자인에 대한 나의 생각과 특별했던 한 경연대회의 경험이 있었다.


열여덟 고등 시절의 나는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 편견, 인식 등에 관심이 많았고, 디자인이 이를 위해 기능해야 한다고 생각했더랬다.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인간을 위한 디자인', '디자인 액티비즘'과 같은 명저들을 읽으며 진정으로 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위한 디자인은 없을까 고민했고, 디자인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꿈을 가졌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글에 연재되어있다.) 한때 나는 광고천재라 불리는 이를 보며, 공익광고인을 꿈꿨던 적도 있었다. 공익광고(公益廣告)는 공공의 이득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광고들의 총칭이라 했다. 주로 사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휴머니즘, 범국민성, 비영리성, 비정치성을 지향한다고 하는데, 그때의 나는 공익광고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디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익광고인에 대한 열망도 잠시, 한순간 지나치고 마는 광고는 사람들에게 충격과 자극을 줄 수는 있지만 세상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했다. 잠깐 보는 광고는 아~하는 깨달음을 줬지만, 금세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 이후 나는 디자인에 대한 나만의 접근법과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디자인이 사회를 위해 기능하려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를 통해 대중의 삶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바꾸고, 행동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정의 내렸다. 그렇기에 내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한 편의 광고보다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야 했고 지속적인 접근이 가능해야 했다. 나는 디자인이 진정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주고, 행동을 바꿔주기를 바랐다.


비영리단체들에서 진행하는 디자인 프로젝트 사례들을 보며, 그러한 비영리 디자인 프로젝트들이야 말로 내가 원하는 디자인에 가까이 맞닿아있다고 느꼈다. 내가 비영리 디자인단체나 비영리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다. 만약 내가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게 된다면, 단체의 운영을 후원과 기부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연 지속적일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다.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오래도록 나의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비영리기관보다 자생적인 주체를 찾고 싶었다. 디자인이란 본디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이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업성을 띈 예술이었다. 디자인의 이러한 특성을 살려 디자인의 활동만으로도 지속 가능하며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그런 주체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여느 때처럼 동생 재성에게 전화가 왔다. 나와 재성이는 다른 기숙사 고등학교를 다녔던 터라, 매일 저녁이 되면 전화로 안부를 묻곤 했다. 그는 조금 들뜬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세상을 바꾸는 특별한 생각, 소셜벤처 경연대회라는 대회가 있는데 같이 나가볼래? 이거 뭔가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거랑 비슷한 거 같은데?”라며. 포스터에 기제 된 소셜벤처에 대한 정의만으로 나는 가슴이 뛰었다. ‘창의, 혁신, 도전적 요소를 가진 벤처 기업으로서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을 기반으로 취약계층에서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진취적인 사회적 기업 모델’. 장황하게 설명된 이 정의는 내가 찾고 있던 바로 그 주체였다. 그러고 나는 생각했다. 사회를 변화시킬 디자인을 소셜벤처라는 모델로 실현할 수 있겠구나 하고.


2011년 당시의 소셜벤쳐 경연대회 포스터


나와 재성이는 큰 고민 없이 대회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한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이지 않았던 2011년, 대회의 사전 일정은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에 대해 공부하는 것으로 알차게 채워졌다. 그때의 우리에게 소셜벤처라는 개념은 거의 혁신에 가까웠다. 한동안은 '사회적 기업 또는 소셜벤처'라고 불리는 이 모델이 세상을 바꿔놓을 완벽에 가까운 비즈니스 형태라고 생각했다. 공익광고과는 달리 비즈니스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사회적인 가치를 전할 수 있다면 지속성을 가질 수 있고, 후원에 의존하는 비영리단체와는 달리 자생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아니, 돈도 벌면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이렇게 좋은 모델이 있는데 다들 왜 이걸 안 하지?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알려져있는 TOMS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를 공부하면 대명사처럼 탐스(TOMS)라는 기업이 소개됐다. 탐스는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서 ‘착한 기업’에 소비자가 몰린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대표적 성공사례였다. 탐스의 창업가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 여행 중 신발을 한 번도 신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을 보고, 그들에게 신발을 신겨주기 위해 탐스를 창업했다고 한다. 탐스는 신발회사였고, 한 켤레가 판매될 때마다 한 켤레가 기부된다는 one for one 판매방식으로 직관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그렇게 탐스는 착한 기업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례로 만나는 탐스(TOMS)는 내게 있어 디자인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준 이상적인 사업모델이었다. 그의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위해 기여되었다. 그러면서도 탐스의 디자인은 그 자체로 심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완성도가 있었다. 탐스는 나에게 소셜벤처라는 모델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하나의 기업으로 존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고등학교 2학년, 보충수업들로 가득했던 여름방학을 비집고 나와 동생은 소셜벤처 경연대회를 준비했다. 당시 나를 믿어주셨던 어머니와 담임선생님께 늘 감사하다. 주말이면 재성이와 나는 머리를 맞대어 아이디어를 짰다. 우리는 고등학생인 우리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언인지를 고민했고, 주변에서부터 아이디어의 답을 찾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우리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가죽 냄새가 가득 찬 작업실을 운영하셨다. 우리에게 그곳은 늘 놀이터이자 실험실 같은 곳이었다. 경연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아버지의 작업실을 빌려 아이디어를 구상하곤 했다. 여느 때처럼 작업실에서 동생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상하던 중,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점자를 가죽에 새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주변에서 찾을 수 있었던 아이디어였고, 가장 우리답게 접근해볼 수 있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우리는 지체 없이 행동했다. 먼저 가죽에 점자를 각인할 점자판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서울의 한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휴대용 점자판을 구매할 수 있었다. 점자판이 도착할 때까지 인터넷에 한글 점자를 검색하며 점자를 익혔고, 점자를 찍는 방법을 배웠다. 점자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아버지께서 사용하시고 남은 가죽에 점자를 찍어봤다. 생각보다 가죽이 두꺼워 점자가 잘 표현되지 않았고, 어렵게 찾은 얇은 가죽에 찍었을 때는 볼품없이 찢어지곤 했다. 가죽으로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며, 점자를 찍기에 적당한 가죽의 두께를 찾을 수 있었다. 좀 더 선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망치로 두드려보면 어떨까? 했지만 바로 찢어졌다. 적당한 무게의 고무망치로 두드렸을 때, 선명하게 볼록 올라오는 점자를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점자를 각인할 적당한 가죽의 두께와 망치의 무게, 그리고 망치를 내려치는 힘, 가죽의 건조 정도 등을 고려하며, 가죽에 점자를 각인할 완벽한 방법을 찾게 된다.


다양한 실험 끝에 완성한 가죽에 점자를 각인하는 방법


우리는 왜 일상 속에서
시각장애인을 마주한 적이 없을까?


2011년 소셜벤처 경연대회 때부터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인식개선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 도트윈을 운영할 때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냐는 것이었다. 그들은 내가 가족 혹은 지인 중 시각장애인이 있어 그 경험이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기대했다. 예상과 달리 나는 경연대회를 준비하기 전까지 시각장애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내가 시각장애인의 인식문제를 이야기하게 된 계기는 ‘시각장애인’이 아닌 ‘점자’였다. 내가 ‘점자’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 조차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호기심이 많았던 초등시절 그저 나는 ‘점자’라는 언어가 신기했고, 언젠가 한번 배워보고 싶은 언어로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고등학생이 되고서 ‘점자’는 디자인으로서 매력적인 언어이자 소재처럼 느껴졌고, 그렇게 점자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오히려 내가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였다.


나와 재성이는 우리가 살면서 시각장애인을 직접 마주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주변에 물어보고, 인터넷에 찾아보고, 설문을 만들어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많은 비시각장애인들이 일상 속에서 시각장애인을 마주한 경험이 없다는 점과 지하철 혹은 버스 등 비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일상적인 공간도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비시각장애인들은 이러한 불편함에 대해서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내가 점자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시각장애인의 삶에 대해 알게 된 것처럼, 우리의 디자인 제품을 통해서 시각장애인의 삶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더랬다. 디자인 제품으로 점자를 경험하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기대했던 사회적 변화였다.


우리는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점자가 늘상 만져져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손에 쥐어지는 제품을 디자인하기로 한다. 고등학생인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손에 쥐어지는 물건이 노트였고, 우리는 노트를 디자인하기로 결심한다. 대형 문구점에서 바인더를 구매했고, 바인더에 맞는 속지를 함께 구매했다. 그 후 가죽을 소재로 커버를 디자인하여 노트의 형태를 완성했다. 표지에 ‘노트’라는 점자를 새겨 노트를 디자인했다. 노트에 새겨진 점자가 정안인(비시각장애인)들에게는 하나의 무늬이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언어라는 점을 디자인에 담았다. 눈을 뜨고 보는데도 점자의 뜻을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의 사회에는 시각장애인에게 뜻을 알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자 했다. 더 많은 곳들에 점자가 각인되어야 한다는 점을 노트 디자인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우리가 제작한 노트는 줄이 없는 노트였고, 노트의 중간중간에는 시각장애인을 올바르게 안내하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었다.


모의경영미션을 위해 디자인한 ‘노트’라는 뜻이 각인된 가죽노트

우리는 15개의 수첩을 직접 제작하였고, 모의 경영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주변 친구들에게 소정의 금액을 받고 판매했다. 수익금으로는 점자필(점자를 찍는 연필)과 점자판(점자를 찍도록 되어있는 도구)을 구매했고, 이를 시각장애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실제로 시각장애를 자녀로 둔 부모 또한 점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우리는 부모가 시각장애자녀에게 진심을 다한 편지를 점자로 써줄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는 노트를 통해 시각장애인과 정안인을 연결하고자 했고, 제품의 판매를 통해 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가족을 연결하고자 했다. 우리는 디자인 제품을 통해 일상 속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시각장애를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 제품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시각장애인이 아니었다. 우리는 시각장애인을 그저 도와줘야 할 대상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저 그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 묻어나기를 원했다.

모의경영미션에서 판매를 위해 제작했던 홍보 포스터


2011년 6월부터 준비했던 경연대회는 권역별 예선, 공정여행, 워크숍과 멘토링을 거처 2011년 11월 전국 본선대회까지 출전하게 된다. 나와 재성이는 학교의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전국 본선대회를 위해 서울로 상경했고, 쟁쟁한 청소년 팀들을 뚫고 전국 소셜벤처 경연대회 청소년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인식을 디자인 제품을 통해 개선하고자 했던 우리의 아이디어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창의성을 인정받아, 최우수상을 받았던 팀과도 월등한 점수차를 보이며 대상을 받았더랬다. 얼떨떨했다. 사실 기뻐서 많이 울었다.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인식에 대해, 사회의 차별과 변화에 대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위해 며칠 밤을 새우며 준비했던 대회라 우리의 노력을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나의 삶은 소셜벤처 경연대회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상의 수상 이후 나는 나의 꿈에 대해, 또 나의 목표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위해 나아감에 주저가 없었다.


2011년 전국 소셜벤처 경연대회 청소년부문 대상 수상


대회 수상 이후, 우리는 이 여정을 수상만으로 그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조금은 더 자세하게 공부하고 싶었다. 부산에서 우리를 지도해주셨던 멘토님의 도움으로 사회적 기업을 공부한다던 아카데미를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고 참여하여 들을 수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뻘 되는 어른들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공부하고 있노라면, 우리는 기특한 학생들, 미래가 밝은 학생들로 여겨지며, 그 길이 옳다는 것에 확신을 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비즈니스의 형태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디자인이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경연대회를 통해 이러한 도전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을 진학하고 2년 뒤, 나는 동생과 함께 창업을 한다. 이 또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래도록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경연대회 때 겪었던 그 설레고 두근 되는 경험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꿈이 명확했던 나에게 창업은 사실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저 오랜 꿈을 이루는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었고, 망설일 이유도 그럴 틈도 없었다. 열정으로 몸이 근질거리던 청춘은 역시 대학도 앉아서 듣기만 해야 하는 기성 교육이라며, 보다 현장감 있는 경험이 필요하고 생각했다. 대학생활에 실망감이 커질 때쯤 큰 두려움 없이 창업을 했다. 종종 나에게 어린 나이에 창업한다는 게 무섭지는 않냐고 묻곤 했다. "사실 창업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것인 줄 알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무식이 용감하다 그랬나. 그렇게 나는 용감했다.


청소년과 청년에게 경연대회 혹은 캠프 등의 경험은 꽤나 유익하다. 아니 어쩌면 인생을 바꿔줄 경험이 되기도 한다. 창업을 하고 종종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연대회 혹은 캠프 등에서 멘토링과 심사를 요청해오곤 했다. 그럴 때면 그들에게도 그 경험이 나와 같은 인생의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요청에 응하곤 했다. 디자이너를 꿈꾸던 나는 한 경연대회를 계기로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에 대해 알게 되고, 나의 꿈을 실현시켜줄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다. 고등 시절의 경험은 나를 사회적 기업가로 성장시켰다. 그렇게 나는 2015년, 고등 시절부터의 나의 생각과 철학, 디자인 스타일 등 나의 모든 것을 담은 브랜드를 탄생시킨다.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했던 열여덟 살 나의 생각을 이어 도트윈이라는 가죽 브랜드를 런칭한다. 5년의 시간을 함께하고 끝이난 나와 동생의 꿈의 브랜드 도트윈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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