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다. 휴직해야겠다.
그동안 어떠셨어요?
2주에 1회, 병원에 가면 늘 동일한 질문으로 진료가 시작된다.
나는 매번 병원을 방문 할 때 마다, 2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머릿속으로 정리해서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냥 뭐...똑같이...모르겠어요.
그 날은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
아니, 실제로 2주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지만, 책임감이라는 마지막 기력으로 꾸역꾸역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던 그 때를 의사 선생님께 공유하고, 공황증세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현재의 내가 얼마나 무력한 인간인지 절절히 느꼈다.
회사에서 똑똑한 척, 잘난 척 다 해놓고 스스로의 마음은 다스리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대로 나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왜 병원을 다니는데 점점 악화되지?'
'그 때의 그 숨막히는 공포를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
옴짝달싹 못하는 기분이었다.
어디로 가야하는 지 방향을 잃은 그 기분.
한 번도 내가 달려야하는 방향성을 잃은 적이 없던 나라서, 불안은 더 커졌다.
'어떻게해야,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지?'
'아니,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게 맞나? 뭔가 그동안 잘못 살아온 거 아닐까'
'나를 하나도 돌보지 못하는 삶을 산 게 아닌가'
길을 잃은 나는 점차 무기력에 빠졌다.
그리고 무기력은 더 큰 우울을 불러왔다.
뭐든 해결하고자 하는 본래의 성향 때문에 이 상황을 그대로 두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야 내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 고민은 끝이 나지 않았고, 내 마음에 에너지가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 것이 유일한 소망이었다.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개인의 성취를 위함도 있었지만,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
돈을 벌어야 집 대출금도 낼 수 있고, 돈을 벌어야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종국에는 나는 왜 부잣집 딸이 아닌가하는 짜증도 났다.
다 그만두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면...나에겐 그런 자유도 없구나.
이런 저런 생각으로 회사와 집만 기계적으로 오가던 어느 날 밤이었다.
내일까지 제출해야하는 보고 문서를 전날 밤까지 끌고 왔다.
그에 결국 그 날의 밤을 모두 써서 문서를 만들어 냈다.
잠시 눈을 붙이고, 회사로 이동하던 지하철에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계속 생각했지만, 충동적이었다.
이건 아니다. 휴직해야겠다. 그래야 내가 살겠다.
선생님, 저 휴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