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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Oct 21. 2022

집사의서평#64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내가 죽인 건 아니지만


들어가는 말


 지구상에는 최소 1400만 여 종의 생명체가 있다. 심지어 편차는 거의 100만 종에 달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니, 아직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생명체의 편차가 100만 종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의아하긴 하다. 투명인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거의 역사적 SF인 '투명인간'은 과학자가 어떤 실험을 통해 투명해지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역시나 실험을 통한 빌런(혹은 영웅)의 탄생인가? 아니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기술적 투명인간? 아니면 시간여행을 가미하여 미래의 기술력으로 투명해질 수 있는 미래인의 등장? 그것도 아니라면 투명한 외계인?

 솔직히 이런 여러 가지 의문은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 부분 저해시켰다. 왜냐하면 이미 이렇게 내가 상상하는 스토리라인은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에게서 들어본 이야기니까.

 그런데, 그렇게 기대감이 낮아서였을까. 꽤나 흥미진진한 소설에 딱 책을 두 번 펼쳤을 때 독파해버렸다. 



스포하기 싫어


 들어가는 말에서 소설이 뼈대를 언급하지 않으려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보통 책의 줄거리를 적어야겠지만, 이 역시 기피신청을 하겠다. 

 정말 간략히, 개인적으로 매우 참신한 소재를 숨기면서 줄거리를 남기면 다음과 같다. 

 평생을 회피만 하며 살던 주인공 한수는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 기영에게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는 메시지를 받고 비웃지만, 걱정이 되던 차에 집에 들른다. 그곳에서 어이없게도 정말 투명한 시체를 느끼고, 기영과 함께 처리를 한다. 하지만 얼마 후 기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상함에 기영의 행적을 뒤따르다가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을 인정해준 기영의 복수를 위해, 평생 회피만 하던 자신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비밀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게 된다.

 물론, 출판사 서평이나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소재는 나온다. 하지만 굳이 내 서평으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달까. 그만큼 참신하게 느낀 소재였다. 



엄밀히 실수도 아니지만


 재밌는 것은 실제로 사건의 단초가 된 투명인간 '살해'는 실수가 아니었다는 것과 실제 투명인간을 죽인 것 역시 알고 보니 주인공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굳이 출판사 서평을 적용해보자면, 이런 것 아닐까. (읽으면서 전혀 그런 생각을 못해봤는데,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빗댄 것이 투명인간이라고 한다.) 결국,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의식적인 실수'로 짓밟고 다치게 하는 것이 대중이고 그들을 구해내는 것은 전혀 상관없는 제3의, 우리가 별 볼 일 없다고 여기던 소시민이라는 것. 그렇게 대단한 일을 벌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결론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구출해내는 그런 사람들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것.

 워낙 거창한 것을 어려워하는지라, 나는 그저 재미있는 SF소설로만 읽었기에 딥한 해석은 차치하고.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썼던 경력이 있어서인지 소설 전체적으로 영화를 보듯 빠르고 부드러운 전개가 좋았다. 또한 촘촘히 주어지는 사건에 대한 원인과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 결과 등이 전체적으로 소설을 읽으면서 의문을 덜 갖게 만들어 읽기에 끊김도 없었다. 확실히 공모전 수상이라는 사실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수작이었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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