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출판을 하고 나니, 내가 바뀌더라 (feat. MD의선택)
나는 늘 스스로를 다 잡는다. 항상 '객관적'이고 스스로에게 '냉철한' 사람이길 바라는 나는, 혹여나 헛바람이 드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괜한 허황된 꿈에 현실을 망각하지 않도록 정신줄을 꽉 잡는다. (로또도...)
처음 POD로 책을 냈을 때도, 부크크의 연락을 받아 정식 출간을 준비하면서도, 늦게나마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여 책 홍보를 하는 와중에도 부단히도 나 스스로를 다잡아야 했다.
출판 선배들의 조언을 많이 봤다. 그리고, 공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인스타그램과 네이버에서 내 이름을, 내 소설의 제목을 검색해보면서 '세상이 바뀌려나!', '내 인생이!?'라며 헛된 공상에 빠질 때마다 '출판했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더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되새겼다.
'난 남과 달라.'라는 오만한 생각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처음 POD로 책을 출간하고는,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알리고, 사비로 서평단을 신청해서 운영했다. 그저, 내 책을 누군가는 봐주기를 원해서, 한 명이라도 내가 창조해낸 세상을 봐주길 원해서라며. 난 대박을 바라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나 역시도 '대박의 꿈'을 꾸고 있었다. 특히나, 그즈음. 넷플릭스에서 우리나라 콘텐츠가 세계 1위를 하면서 더 그 꿈이 영글었다. 오징어게임이 10년을 묵힌 시나리오라니. 내 소설도 혹시 그런 광명을 맞을 날이 오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다.
하지만, 내 소설이 무슨 담금주도 아니고. 오래 둔다고 명작이 되겠느냔 상식적인 생각으로 다잡았다.
선배 작가님들의 출판 후기를 보면서 그런 다짐을 더 공고히 했다. 브런치에서 본 수많은 출판 선배님들의 공통적인 출판 소회와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요약하면 딱 한 줄이었다.
'출판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더라.'
그 말이 현실로 다가온 것은, 예약판매를 시작한 뒤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정식 출판이라는, 이벤트를 맞이하는 내 입장에서 기대라는 것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아무리 스스로 다잡아봐도, 나도 사람이었다. 객관적으로 출판시장을, 내 소설을, 장르를, 독자들을, 트렌드를, 홍보력을 따져봐서 '내 소설이 그럴 확률은 대략 0.07% 정도겠군.'이라는 기계적인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인간적인 나의 추측은 50%까지 치솟았다. (주식에는 사이드카라도 있지. 이건 뭐...)
하지만 수많은 인스타 피드에 베스트셀러들과 쟁쟁한 작가님들. 내 책을 검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들, 내 소설의 판매지수와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ㄱ에서 Z까지 내려도 이 소식을 전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겨우 겨우 기대치를 2% 정도까지 낮춰놨다. (살았다.)
그런데, 오늘 인스타를 또 검색해보다가 부크크의 피드에서 내 책이 교보문고 'MD의 선택'에 채택되었다는 게시물을 보았다. (저... 좋은 소식 공유 좀...) 이게 무슨 일이지? 약간 멍해졌다.
약간, 처음 부크크의 출판 제의 메일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사기인가?'
기쁜 마음 절반, 의심스러운 마음 절반으로 MD의 선택이란 것의 진실에 대해 파고들었다. 인사이동 후 정신없는 와중에도 틈 날 때마다 MD의 선택이란 것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검색해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는 곳이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MD의 선택이 의미하는 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추천도서라는 것인지, 기대작인 것인지, MD가 보기에 괜찮았다는 것인지 혹은, AD의 선택인지...
개인적으로 서평단을 '장수마을'때부터 운영했기에 꽤나 많은 서평이 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난 호평일색인 서평에 마음껏 기뻐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그분들은 이제 첫 소설을 내는 작가를 응원하는 마음과 책을 제공받았다는 마음의 짐이 더해져 조금은 한쪽으로 기운 마음으로 적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런 생각의 근간을 깨달았다. 내 소설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 내 소설을 부족하다고 하는 것. 서평은 그저 응원으로, 제공받은 값으로 좋게만 썼을 거라는 추측. 이런 것은 알량한 겸손의 발현이 아니다. 그것은 애초에 헛된 꿈을 방지하려는 내 마음의 방어막이었다.
내 소설은, 내게 최고의 작품이다. '작품'이라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내게만 국한된 것이고, 실질적 평가는 각 독자님들의 판단이다. 거기까지 내가 관여할 수는 없다. 알 수 없는 독자님들의 판단. 불확실한 반응과 그에 따른 소위 '대박'. 그런 것에 '셀프 혹세무민'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내 글을 조금이라도 깎아내리고 저평가를 반복했다.
그 견고했다고 믿었던 방어막이, 단 한방에 깨져버렸다. 'MD의 선택'
당연히도 난 스피~드하게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 책을 검색하고는 스샷을 찍었다. 허접하나마 폰에서 바로 하트를 집어넣고는 인스타에 올렸다. 아내에게도 바로 카톡을 보냈다. 직장 동료와 점심시간에 자랑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체 MD의 선택이 주는 의미는 당최 이해 못 하고 있었다.
직장 동료와 출판사의 홍보냐 아니냐로 이야길 하던 중, 다른 동료가 한 마디 욱여넣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띵 했다.
'그나저나, 재밌겠다~ 부럽네~'
아? 언제부터 내가 이런 이벤트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만을 보았던가. 왜 당장 'MD의 선택'에 채택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기뻐하지 못하고, 이것이 주는 의미를 고민하고, 앞으로의 판매고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가. 뭐지? 나, 소설 팔아서 빌딩이라도 한 채 살 생각이었던 건가?
아니다.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니다. 앞으로도 아닐 것 같다.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왜 그걸 잊고 있었을까. 번뜩, '혼'을 구상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소설을 쓰다가 갑자기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민기'를 만났던 짜릿함을, 친구들이 '재밌다.'라고 해줬을 때 받은 충만함과 '네가 책을 썼어? 대단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낀 뿌듯함.
계약금이자 인세를 받았을 때와 비교가 되지 않던, 순수한 기쁨의 감정들. 그것을 어느새 잊어버렸던 것이다. 인스타에 해시태그를 하면서, 네이버에 내 이름을 하루에 몇 번씩 검색하면서,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지수를 확인하면서 뭔가 스스로 매몰되었던 것 같다. (아, 자본주의여.)
하지만, 이제야 알겠다. 그 모든 행동의 목표는 단순히 더 많이 팔아서 경제저 이득을 얻기 위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 그저 그 기쁨을, 내가 소설을 쓰면서, 새로운 세상을, 세상에 없는 사람들을 창조해내면서 느낀 기쁨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서 했다는 것을.
맞다. 책 한 권 출판했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더라. 빌딩을 살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대저택에 살며 와인잔을 들고 샤워가운을 걸친 채, 다음 소설을 구상하는 삶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서 유느님과 '어쩌다 이런 소설을!'이라는 주제로 대화할 일도 없다.
그런데, 내가 바뀌었다. 세상은 그대로지만, 내 삶은 바뀌었다.
누군가의 리뷰 하나로 울고 웃을 수 있다. 판매지수 30의 상승이 주가 상승처럼 기쁘다. 예약판매 시작일은 마치 탄생일 같다. 아직 만나기 전이지만, 서점에서 만난다면 첫 데이트처럼 설렐 것이다.
'MD의 선택' 역시, 그런 이벤트다. 내 소설이, 교보문고라는 대형 출판사에서 전문가로 재직 중이신(너무 극존칭인 것 같...) MD님의 간택(이왕 극존칭 가는 거 갈 때까지 가보자!)을 받았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내가 괴로운 것은, 이벤트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때문이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제 앞으로 첫 출판을 하실 작가님들께, 응원과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여기까지 홍보를 해야하나 싶기는 하지만. 홍보는 뻔뻔함이 기본이라길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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