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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May 10. 2022

집사의서평 #50 - 2의 세계

2의 있습니다



들어가는 말


 나름 경쟁사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 2를 좋아한다. 다른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생일이 빨랐던 탓에 늘 2번이었다는 것이 이유다. 아마 국-초등학교 중 1학년을 제외하고는 내내 2번이었다. 

그렇다고 1의 자리를 탐냈느냐면 그도 아니었다. 나 역시 한국의 교육을 받은 사람인만큼 맨 앞에 나서는 것은 저어하는 편이니까.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 달리,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2의 존재는 살짝 부정적이다. 여기서 대부분이란, 대부분의 '한국인'이다. 특히나 1등이 아니면 안 되는 기묘한 교육의 절차를 밟아 자라난 사람들은 2의 위치를 심히 불편해한다. 

 2라면, 1의 바로 다음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니건만. 무던히도 불편해한다. 그것은 아마 '조금만 더'라는 아쉬움과 핀잔의 발로이지 않을까. 정작 본인은 1의 자리에 가지 못하기에, 2의 자리에 있는 자에게 '조금만 더 가면 너도 1이야!'라며 응원 비슷한 압박을 주려는 것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구가 둥근 것은, 결국 1부터 2를 지나 저 끝까지 모두 일렬로 서서 살 수 있는 것이 세상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은 순서에 상관없이 모두가 손을 맞잡을 수 있어야 진정 행복한 세상이 아닐까.



그들만의 리그


 모두 일곱 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앤솔로지다. 스포일러와 분량 조절을 위해 작품 소개는 간략히.

 '모노레일 찾기'는 놓쳐버린 사랑에 대해, 늘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는 '다음 순서'라는 건 없는 실연자의 이야기다. '시험의 미래'에서는 시험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주인공이 '최최종'의 검수위원이 되면서 느끼는 쾌감과 진실 속에 느끼는 환멸을 보여준다. '코너 스툴'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로, '이반'에 대한 이야기를, '2차 세계의 최애'에서는 아이돌에 대한 팬덤으로 시작해 발달하는 팬픽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맹목적 애정에 대해 들여다본다. '2의 감옥'에서는 도플갱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통해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서, '다음이 있다면'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뇌와 두려움, 방황을. '이야기 둘'에서는 인연과 환생을 엮어 타임슬립의 모습을 통해 차생의 모습을 그려낸다.



탄탄한 단편집


 꽤나 이색적이고 인상적인 단편집이었다. 아마 개인적으로 단편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라, 내 경험이 미천하여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큰 주제를 갖고 여러 작가의 단편을 한 번에 접할 기회가 그렇게 흔할까. 게다가 그다지 문학상의 권위나 '증명'에 대해 그렇게 신뢰하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결국 읽고 나서 작가 소개를 보면서는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각의 단편들의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다. 

 특히 각 단편마다 '2'의 의미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가져가는 모습에 매번 생각에 잠길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도 완성도만큼이나 높았다.

 다만 모든 앤솔로지가 그렇겠지만, 작가마다 색이 너무 뚜렷한 만큼 마치 무지개처럼 한 편을 끝내고 나서 이어지는 다음 편으로의 감정 흐름이 딱딱 끊겨서 단숨에 읽어나가는 타입인 나 같은 독자에게는 감흥이 이어지지 않는 것이 단점이랄까.

 혹여 이 책을 읽을 독자라면, 되도록 한 편을 읽고 나서 조금은 여유를 두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길 권하고 싶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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