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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May 12. 2022

집사의서평 #51 소울메이트

불쾌한 신파



들어가는 말


 반려견 콩이를 키우는 반려인의 입장에서 이런 소설류는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뻔한 신파극의 느낌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아예 제목이 '소울메이트'라니. 전면에는 '영혼의 치유자'라는 문구가, 후면에는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7마리 반려견 이야기'라는 문구가 대놓고 '울어라!'며 책의 정체성을 알려준다.

 하지만, 신파라는 것의 목적이 결국은 눈물을 통한 갈등의 해소이고, 결국 눈물로써 느끼는 마음의 해방감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무조건 단점이라고 할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비하하듯 이야기하면서도 찾아보게 되는 것은 결국 인간 내면의 정화라는 측면에서 좋은 면도 있다고 하겠다.

 아마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억지스럽지만 독자가 억지스럽게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7마리의 에피소드


 줄거리의 요약이 필요 없을 정도로 책 후면에 모든 에피소드에 대한 핵심 문장이 적혀있다. 굳이 다시 재압축해보자면 이렇다. 

 가족을 잃은 남자의 마지막 안식처 치와와 루비. 새아빠와 아이의 메신저 보르조이 레일라. 쓰나미로 잃은 어머니의 유산 시바견 후타. 학대받은 유기견 웰시 코기 루크. 개 공포증 극복 저먼 세퍼드 메구. 이혼 후 아들을 잠시나마 이어준 잭 러셀 테리어 인디. 이혼을 앞둔 부부를 되돌린 버니즈 마운틴 카타.

 이 일곱 가지의 모든 에피소드를 한 문장으로 바꾸라고 한다면, 난 이렇게 적겠다. 


'인간보다 나은, 인간을  낫게 하는 반려견들'



불쾌한 신파


 일단, 내가 반려견을 키워서일까. 상당히 공감하게 되면서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반려인들, 특히나 무지개다리를 건네 보낸 경험이 있는 반려인이라면 열에 아홉은 눈물을 쏟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거나 기른 경험이 있더라도 유기한 인간이라면 애초에 공감이 불가할 내용이긴 하다.

 나 역시 우연하게도 얼마 전, 콩이가 밤사이 믹스커피를 뜯어먹는 바람에 크게 맘고생을 했던 터라 상당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카타의 에피소드에서 별장을 빌려준 친구의 편지가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 


 '쭉 같이 있어줘. 녀석들의 일생은 어이없을 만큼 짧으니까 말이야. 어쨌든 카타는 세상을 떠날 거야. 그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다 해 줘.'


 학대하고 유기한 인간에겐 분노를, 애초에 바람을 피운 결과로 혼자 남은 인간에게마저 안식을 주는 루비의 모습에서 경이로움을, 사고로 죽은 주인을 매개로 경계를 푸는 후타에게서 마음 따뜻함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반려견을 주제로 신파를 만들기 위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어긋나 있거나 흠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결국은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반려견들의 죽음으로 마무리되었다. 

 분명, 읽는 동안 공감하며 찡했던 마음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불쾌함으로 가득 차 버렸다. 왜인지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봤다. 결국 답은, '신파'였다. 

 마지막에 불쾌할 수밖에 없는 것은, 모든 반려인이 무의식 중에 이미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려견의 죽음을, 반려견과의 이별을 소재로 삼아 억지 울음을 유도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결국은 반려인들의 반려견에 대한 그 순수한 애정과 사랑을 이용한 상술이 아닌가라는 느낌. 그리고 결국 그 상술에 놀아났음에도 앞으로 콩이와의 이별을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 슬픔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반려인이라면 한 번쯤 읽을만하다. 다른 무엇보다 반려견의 삶은 우리의 삶에 비해 매우 짧고, 이미 예정된 이별을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일지와 반려견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이 최선의 길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기 때문이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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