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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May 18. 2022

집사의서평 #52 그날 밤 내가 죽인 소녀

범인이 범인이 아닌




들어가는 말


 자살로 알려진 사건이 살인사건이었다는 설정.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완전범죄의 시작이다. 하지만 완전범죄란 실존하는가에 대한 질문. 얼마 전 읽은 소설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완전범죄를 위해서는 50여 가지의 변수를 통제해야 하는데, 실제 범죄현장에서는 그중 열 개도 신경 쓰지 못하며, 되려 그런 요인들을 통제하기 위한 행동들이 비상식적인 결과를 불러와 범인이 검거되고 만다는 것. 

 소설 전반에 드러난 완전범죄의 실상은 어떨까. 



O의 소설


 같은 독서동아리 부원이었던 A, B, AB, O, 만년필과 회장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푼다. 그러던 중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곳은 외딴 산장. 그곳에서 괴한에게 4년 전 자살한 '사과'가 실제는 살해당했으며, 그 범인은 동아리 회원 중에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일주일 내로 그 범인을 추리해내지 못하면 모두 죽게 될 거라고 위협한다.

 인기 작가이자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인 AB는 주도적으로 추리를 이끌어가면서 괴한과의 협상을 이뤄내지만, 갑작스레 만년필과 괴한이 살해당한 체 발견되면서 사건은 과거의 살인사건에 대한 추리가 아닌, 현재 연쇄살인마에 대한 추리로 뒤바뀐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박탈감과 시기로 인한 분노와 우연이 과도하게 겹친 추리소설의 실험이 결국 사과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판단해 혼란에 빠진 A와 B. 하지만 지금 산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살인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게다가 사과의 일기가 발견되고, 괴한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사과의 살인범과 현재 벌어지는 살인의 공범에 대한 추리도 뒤틀리며 복잡해지기 시작하는데... 과연 범인의 정체는 밝혀질까.



묘한 몰입감


 결국 추리소설의 한계라는 것은 현실을 그 배경으로 둔다는 점이다. SF나 판타지, 미스터리 계열처럼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아무렇게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현실의 각종 물리법칙과 지식, 상식들이 통용이 된다는 점이 추리소설의 폭을 좁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은 크게 두 부류라고 생각한다. 범인을 밝히거나, 수법을 밝히거나. 그런 면에서 초반 소설은 범인은 밝혀두되, 하나의 사건에 여러 상황을 중첩시켜 '실질적인' 범인을 감춰두었다가 밝히는 형식으로 생각했고, 용의자를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물론 날짜별로 챕터를 구분하고, 앞선 추리가 해결되기도 전에 매일 각각의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고, 시점이 A, B로 나뉘어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과를 죽인 범인과 현재 진행 중인 살인의 범인을 동시에 추리하는 것은 꽤나 복잡하기도 한 부분으로 일부 집중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게다가 고3이라는 사건 당시의 상황과 현재의 수사력을 감안했을 때, 애초에 자살로 쉬이 종결될 사건이 아니라는 점. 특히나 실제 해당 사건에 대해서 주변 인물들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을만한 상황임에도 그런 언급이 없다는 것과 AB가 한 때 살인사건의 용의자였던 부분에 대한 설명 부족 등 일부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을 간지럽혔다. 

 하지만 중반에 들어서 실질적으로 갈등 상황(고립)을 일으키는 괴한을 죽여버리고는 초반 O가 적었다는 소설의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범인을 밝히는 쪽으로 돌아선다. 그런 과정에서 처음 사과의 살인이 과연 어떤 형식으로 벌어진 것인지,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한(일단 최소한 둘의 범인을 밝히고 시작한 상황에서 과연 '직격타'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추리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의 범인은 누구인지에 대한 추리를 병행으로 이끌어가면서 묘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사건의 연속. 그 바람에 흔들리는 추리의 갈피를 잡기 위해서는 뿌리처럼 굳건한 몰입이 필요할 것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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