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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May 25. 2022

집사의서평 #53 소년 A 살인사건

정의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들어가는 말


 정의란 무엇인가.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언급되는 딜레마 중의 하나. 우리가 흔히 만화나 영화에서 환호하는 영웅들은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정의를 구현한다. 악을 응징한다. 그런 행위에 대해 우리는 의심을 품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악인이며 악이 처벌받는 것은 너무 당연하기에. 

 하지만 과연 절차가 없는 정의 역시 정의라고 할 수 있는가. 의아한 것은, 그렇게 법적 절차를 없는 것처럼 무시하고 정의를 집행하는 영웅들이, 조금의 편법(?)과 정도의 갈림길에서는 늘 과도하게 고뇌한다는 것이다. 물론, 권선징악은 구현되어야 하므로 가상의 세계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편법을 따르지 않으므로 완벽한 정의가 구현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역시 그럴까?



과거의 사건, 현재의 추적


 20년 전, 9살 소녀를 유인해 두 눈을 적출하여 집으로 보내고 이를 영상으로까지 남긴 14세 소년. 사회적으로 크나큰 이슈가 되었지만 촉법소년이었기에 교정치료만 받은 체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었던 영상이 다크 웹에 매물로 등장하면서 경시청에서는 유출한 것이 경찰 내부일 것으로 판단하고 감찰계의 시라이시가 수사를 시작한다. 

 콜센터에서 채권추심 업무를 하던 에리코는 고객에게 협박을 받고는 실체를 확인하러 갔다가 고객이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목격한다. 평소 '자경단'이라 불리는 인터넷 단체를 즐겨봤기에, 익명으로 이를 제보하고, 사이트 운영자인 야요이와 유투버인 료마를 만나게 된다. 때마침 불거진 소년 A 사건에 분개한 이들은 결국 감춰졌던 소년 A의 신상을 파악하고 직접 찾아가 과연 '갱생'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실제 소년 A에게는 일말의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고,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에리코는 협박을 받게 되고, 그때의 사건처럼 야요이의 적출된 두 눈이 배송된다.

 한편, 영상 유출을 추적하던 시라이시는 당시 사건 담당이었던 미마에게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추적하다가 피해자 유족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서 전혀 뜻밖의 결론에 다다른다. 



정의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꽤나 트렌디한 소설이다. '사회파 미스터리'이니 만큼 사회적 문제를 배경에 두고 있다 보니 트렌디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도 과하게 트렌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촉법소년 문제. 법 개정까지 공론화될 정도로 큰 이슈다. 거기에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인터넷 자경단들. 물론 실질은 그저 자본주의가 낳은 기형적 산물이지만, 이 역시도 소설에 깊이 녹아있다.

 하지만 그저 트렌디한 사회적 이슈만을 다룬 소설은 아니다. 병행되는 이야기를 접목시키면서 독자를 작가가 의도한 방향으로 잘 몰아넣었다. 중반부까지도 내가 예상한 반전은 몇 가지나 되었지만, 그마저도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내가 속았음을 깔끔하게 인정할 정도로 구성이 탁월했다. 물론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과도하게 범인에 대한 힌트를 숨긴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 트릭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어떤 작가가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유족의 고통과 분노에 따른 복수. 사회 정의를 직접 구현하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결국, 그런 자경단에 활동에 대한 그 어떤 폐해도 집어넣지 않은 부분은 조금 아쉽다. 나마저도 통쾌하게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정의는 그 누구의 편도 들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는가. 기울어진 저울은 결국 정의로울 수 없는 것이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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