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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Jun 06. 2022

집사의서평 #54 넬라의 비밀 약방

여자만 살(buy) 수 있는 독약


들어가는 말


 여자의 적은 여자. 흔히들 하는 말이다. 왜 그럴까. 남자의 적은 남자라는 말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애정의 포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공감력이 더 높은 여자의 경우, 남자보다 기존 공감대를 형성한 애정의 존재에 대한 집착이 더 클 것이고, 그에 따라 그 애정을 포기하지 못하고 대신 그 애정에 금이 가게 한 대상인 다른 여자에게 더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 아닐까. 

 엄청난 시집살이 끝에 맞이한 며느리에게 다시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은, 결국 애정이 아들에게 집중되어 버렸기 때문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차피 수많은 심리학자나 사회학자, 유전학자도 결국은 못 밝히는 문제인데, 상상은 자유 아니겠는가. 



남편의 배신 덕에 꿈을 찾는다


 캐롤라인은 문학에 관심이 많았으나 유망한 회계사 남편 제임스를 만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 10주년을 맞아 자신이 좋아하던 문학의 나라인 영국으로 기념 여행을 떠나기로 했지만, 출발 직전 제임스의 부정을 알게 된다. 결국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제임스를 뒤로 하고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템즈 강 뻘에서 유물을 캐는 체험을 하던 중, 곰 문양이 새겨진 조그만 약제병을 찾게 되는데, 거기에서 흥미를 찾게 되어 결국 넬라와 엘리자의 이야기에 닿게 된다.

 넬라는 원래 여성용 약제를 제조해서 팔던 어머니의 뒤를 이어 약제사를 운영하던 중, 유부남 프레드릭에게 배반을 당한 것을 계기로 사람을 고치던 약에서, 배반당한 여성들의 복수를 위한 독약을 제조하는 약제사로 변모한다. 은밀히 계속 여성을 위한 약방을 운영하던 중, 암웰 부인의 하녀인 엘리자를 만나게 된다. 엘리자는 넬라의 일에 흥미를 갖게 되어 곁에 머물려 하다가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이 실수로 넬라의 약방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는데...

 캐롤라인은 자신을 쫓든 찾아온 제임스에게 잠시 마음이 흔들리지만, 넬라와 엘리자의 이야기를 쫓는 과정에서 제임스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꿈꿔왔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여자만 살(buy) 수 있는 독약


 굳이 궤를 나누라면, 난 페미니스트 쪽이다. 그렇다고 극렬하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말하자면, 오래되어 딱딱히 굳은 사회제도 속에서 여성들이 차별을 당하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가끔 소설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런 '사회적으로 나약하고 소외된 여성의 모습'은 불편하다. 

 이런 비슷한 소설이 두어 편 있었는데,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같은 소설이다. 또 몇 편이 있다. 딱 기억은 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많았다. 

 물론, 스스로 페미니스트 쪽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뭐, 약간 기운?)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쓴 소설의 종류는 과도한 논리를 적용한다는 것. 18세기나 19세기 초 지금의 현실에서는 도저히 상상이 불가능한 어려움에 속해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비슷한 현실의 여성에 빗대어 과장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를 사건을 풀어내고자 하는 열쇠로 작용시켰다고 하기에는 작가 스스로도 양심에 찔릴 것이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실질적으로 현시대의 주인공과 병행되는 시대의 이야기(소름 돋게도 예를 든 소설의 과거 주인공 이름은 '넬리'였다.) 간 괴리가 심하다. 단순히 바람을 피운 남자들에 대한 복수로 '죽음'을 준다는 것도 현실에서 양해되지 않을 이야기다. 거기다 그런 과거를 캐내는 주인공 캐롤라인의 남편이 바람을 피운 현 상황에 어떤 연관성도 부족하다. 즉, 전혀 상관없는 두 이야기를 연결하는 것은 그저 배우자의 배신뿐인데, 서로 장력이 너무 약하다. 병행되는 두 가지의 이야기를 동시에 읽는 느낌일 뿐. 

 게다가 여자만 살 수 있는 독약이라는 모토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넬라는 약을 제조해서 넘기기만 할 뿐, 세세한 배경에 대한 조사를 하지도, 전달 후 제대로 약이 사용되었는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애초에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저, 본인이 겪은 배신으로 인해 생긴 남성에 대한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행위였지 않을까. 

 어쨌든, 캐롤라인, 넬라, 엘리자의 3가지 시선으로 교차되며 서술되는 형식으로 빠르게 읽히기는 했지만 그렇게 탄탄한 이야기라고 하기는 힘들겠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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