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물의 숙명
1편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의 뒤를 이은 속편이다. 1편에서 에드가 오가 탐정의 길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과정을 설명했다면, 2편에서는 에드가 오가 탐정으로서 '핫 데뷔'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앞서 1편 서평에서 말했듯이 '유일한' 탐정의 느낌이긴 했지만.
그리고 1편보다 순사의 등장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금 더 시대상이 강하게 드러난 면이 있었는데, 이런 시대물을 보다 보면 한국인으로서 필연적으로 요구하고야 마는, 그런 면이 슬슬 드러나고 있어 좋았다.
솔직히 1편에서는 굳이 1929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을 내용이었기에 오히려 배경이 무색한 면이 없잖았지만, 2편에서는 굳이 1929년이 배경 이어야 하는 이유가, 그리고 더욱 큰 그림이 슬쩍 보였달까.
페도라 사건이 이후 나름 여유로운 삶을 살던 에드가 오는 오랜만에 만주에서 돌아온 친구 세르게이 홍을 만나러 가는 길 살인사건을 '또' 목격하고 만다. 경성에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아 순사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순사의 코 앞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른 포수.
탐정보다는 범인의 운명인가. 이번에도 역시 1번 용의자로 경찰서로 끌려간 에드가 오는, 총이 없다는 결정적 증거로 혐의를 벗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세르게이 홍과의 만남은 어그러지고, 한번 어그러진 동선은 계속 어긋난다.
마치 호랑이처럼, 세르게이 홍의 소문을 쫓던 에드가 오는 세르게이 홍의 들리는 모습이 어딘가 석연찮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행방이 묘연한 친구와 의심쩍은 상자. 순사들이 세르게이 홍을 잡기 위해 놓은 호랑이 덫.
그렇게 다시 운명에 떠밀려 사건의 진상을 쫓는 에드가 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런 그에게 여러 도움을 주는 연주와 선화.
과연 에드가 오는 어떻게 세르게이 홍의 누명을 벗기고, 호랑이 덫을 풀어낼 것인가.
1편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은 초봄, 에드가 오가 일본에서 돌아와 사건의 목격자에서 누명을 쓰고 용의자로 몰렸다가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탐정이 되기로 결심했던 이야기였다. 2편 '호랑이 덫'은 그렇게 마음먹은 에드가 오가 다시는 그런 사건에 연루되지 않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탐정으로써 '핫 데뷔'하는 이야기겠다.
아무래도 1편 서평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실제 추리의 주된 역량은 에드가 오가 아닌 선화와 연주에게 있다. 1편과 다른 점이라면 연주의 등장 비중이 선화보다 높아졌다는 점. 선화는 소문의 취합을 통해서 에드가 오에게 힌트를 주고, 연주는 실질적인 추리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마지막 해결까지.
결국 에드가 오는 '유일한'탐정처럼 꽤나 인상적으로 경찰들과 기자들 앞에서 '탐정'으로써 핫 데뷔를 했다.
작가의 이야기로는 총 4편으로 이뤄졌다고 했고, 우연인지 1편과 2편이 봄과 여름이었다. 후속작 중 한 편이 겨울이 배경인 것 같으니 계절따라 한 편의 이야기가 구성되는 모양새다. (가을은 없을 수도.)
은일당 사건기록 시리즈의 주된 특징 중의 하나가, 그 시절 '모던 패션'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이니 만큼 어찌 보면 계절에 따른 에드가 오의 패션 철학(?)과 1929년 패션경향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는 없겠다. 즉, 계절에 따라 사건의 배경이 바뀌는 것과 총 4편의 소설이 예정 중이라는 것, 제목에 '1929년'을 특정했다는 것을 종합해보면, 아무래도 계절따라 한 편씩 구성하려는 것이 작가의 의중이 아닐까 싶다. (봄/가을 패션은 기후에 따라 비슷한 복장이라 가을이 빠진 걸까?!)
일단 1편에서 보았던, 시간 순서에 따라 착착 쌓아가는 서사라든지, 에드가 오의 동선에 따른 순차적인 사건 흐름이 역시나 탄탄했다. 사건의 발생과, 그 사건을 '결국' 추리해야'만'하는 에드가 오의 입장 역시도 설득력을 얻는다.
게다가 1편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연주와 선화, 계월의 관계라든지, 선화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드러나면서 어찌 보면 시리즈물을 관통할 이야기에 대한 힌트 역시 드러낸 중심축이 되는 것이 2편이지 않나 싶다.
다만, 친구를 위해 무엇이든 불사하겠다는 에드가 오의 심경을 설명하는 배경 스토리가 약간 앞서 나와버려서, 연주의 위험한 계획에 동참하는 모습의 설득력이 조금 희미해진 면이 없지 않았고, 1편에서는 주축이 되었다고 할만한 선화의 역할이 연주의 비중에 반비례하여 축소된 부분이 조금은 아쉬웠다. 상호 보완적인 체계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모습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래도 연주와 선화는 대립각을 세우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결국 유종의 미로 가기 위해서는 2편에서부터 화해의 서두를 열어두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특히 2편 들어 좋았던 점은, 한국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갖는 '그것'이었다. 1편에서도 나름 여러 가지 사건의 비밀들 속에 '그것'에 대한 어떤 힌트가 있지는 않은지 꽤나 열심히 찾아봤지만 발견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솔직히 이런 시대물에 '그것'이 나와버리면 식상하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인 아닌가. 날마다 밥을 먹는데 김치를 내어놓는 것은, 그것이 식상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식상하더라도 막상 없으면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이 남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서두가 2편에 등장함으로써, 1편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조금 상쇄되었고, 작가가 후속으로 예고한 '수염 남작'에 대한 힌트도 일부 챙긴 느낌이 좋았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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