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와의 휴가
추리소설 중에서는 가족이 얽힌 이야기가 꽤 많다. 삶에서 나와 가장 긴밀한 관계 속에 있는 존재들이 얽히는 순간, 그 어떤 문제도 단순해질 수가 없다. 애초에 단순하면 안 되는 추리물에 가족이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그것일 테다.
하지만 어찌 보면 가족이 얽힘으로써 사건은 너무나 단순해져버리기도 한다. 왜냐면 우리는 그 어떤 비밀이라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양심, 도덕, 이성을 뒤로하고 지켜내 버리니까.
결국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문제는, 다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
케이트는 20년 지기 친구 네 명과 그 가족들을 모두 동반해 마흔 살 기념 여행을 떠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그 가족들. 마냥 즐거울 줄 알았던 여행은, 남편 숀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의심과 상처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남편 숀이 바람을, 그것도 20년 지기 친구 세 명 중 하나와 피우고 있다는 의심에 빠져든 케이트는 로언, 제니퍼, 이지를 차례대로 의심하며 슬픈 추리를 계속한다.
그런 와중에도 점점 벽을 쌓아 올리는 케이트의 딸 루시, 순진한 아들 대니얼과 이제 몸만 성인이 되어버린 제니퍼의 아들들 제이크와 이선, 뭐든지 막무가내인 로언의 딸 오데트. 네 가족의 자녀들 역시도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킨다.
그렇게 힘겨운 추리를 이어가던 중, 케이트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갖게 되고, 진실을 밝히려 하는 때 제니퍼 가족이 제이크의 만취 사건을 원인으로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바로 그날, 저택 숙소의 포도밭에서 큰 불이 발생하고, 아이들은 모두 구조했지만 숲의 끝 절벽에서 추락해 죽어있는 이지를 발견하는데...
남편의 외도에서 살인사건으로 변해버린 추리의 향방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주인공의 시선으로 추리를 계속 끌어간다. 가끔 대니얼의 시선이 등장하기는 하고, 루시의 일기 같은 내용이 삽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1인친 시점에 가깝다.
이런 1인칭 시점에서 독자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고, 작가는 독자보다 더 답답해할 수밖에 없다. 시점의 폭은 정보의 양을 통제하기 때문에, 1인칭 시점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추리에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니얼의 시점과 중간중간 삽입된 루시의 일기장이 꽤 큰 역할을 한다. 추리물을 즐기시는 분들은 아마 초반부터 루시의 역할과 비중이 크다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겠다. 관심이 없었던 분이라도, 중반을 넘어서면 이것이 단순히 배우자의 외도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엮여있는 사건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꽤나 탄탄하게 잘 쌓아 올린 소설이다. 주인공이 의심을 거두지 못할 만큼 충분히 지속적으로 실마리를 줘서 독자 역시 따라가게 만들어줬고, 그렇다고 전면에 어떤 치명적 정보를 내세우지 않아 뻔해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범죄 분석가(수사관?)가 직업인 주인공이 하는 추리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허술한 부분이 많고, 전혀 상관이 없거나 혹은 필히 확인해야 할 것 같은 증거들도 굳이 확인하기보다는 일단 나중으로 미뤄두는 느낌이 있었다. 물론 배우자의 외도라는 부분에서, 직업적 이성이 쉬이 작동하긴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말미에 친구의 죽음을 보고 되찾은 이성이 어색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부분이지만, 초반에 몰입하기 힘들었던 것은, 우스꽝스럽게도, 친구 세 명이 모두 남편과 바람의 대상이라는 의심의 근거가, 한 명은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 한 명은 최고의 섹스 상대, 나머지 한 명은 자신과 연애하기 직전의 여자 친구였기 때문이라는, 그러고도 20년째 친구이며, 가족모임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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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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