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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Jul 20. 2022

집사의서평 #59 살아내기 위한 수많은 삶

조금은 더 격렬한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는 전후 고난의 삶을 이겨냈다. 물론 단순히 수많은 갈등과 힘겨운 삶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고, 최소한의 삶은 보장하려는 사회적 합의(혹은 함의)가 이뤄졌다. 

 그래도 법에 의한 정의가 개인의 이익이나 욕망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주를 이루고 있고, 최소한의 연민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여전히 지구 어디에선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내가 가보지도 못한, 콜롬비아의 삶에 대해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그네들 역시 우리가 겪었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 않을까라는 단편적인 생각을, 이 단편집 속에서 느꼈다는 이야기다. 

 사회적 경험치나 역사적 관습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모두 사람이 사는 이야기다. 같은 사람이 사는 이야기. 다만, 조금은 더 격렬한 이야기일 뿐이다. 



자아와 세계와의 괴리


 단편집에는 총 10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메리카 호랑이 : 판테라 온카'에서는 마약상에 착취당하는 엄마와 딸이 호랑이를 통해 얻는 자유. '가택 연금'에서는 부정한 애욕. '우리 할머니 리타'에서는 시대적으로 불행했던 할머니. '개구리'에서는 전쟁을 피한 군인과 전쟁에 맞선 군인의 약혼자의 부정.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반가운 방문'에서는 현실에의 도피. '새'는 기괴한 디스토피아. '성인 열전'은 혼인 이민자 여성의 삶. '으깨진 다이아몬드'는 경제적 격차 속의 비뚤어진 우정. '선순환'은 개인적 징벌이 정의감에서 변질된 정복욕. '모래'에서는 하층민에게 벌어진 당연하고 일상적인 폭력. 



격렬해서 슬픈


 전체적으로 '다크'하달까. 어느 하나 밝은 이야기는 없다. 어둠 속의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림자가 지는 것은, 어쨌든 빛이 있다는 것일진대, 소설들이 보여주는 세계에는 빛이 없으나 그림자는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한 편, 한 편 그 길이가 길지 않음에도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성인 열전'을 제외하고는 시점의 변환이나, 시간의 변화에도 따로 줄을 띄거나 번호를 매기는 등 구분이 없어 읽기 조금 불편했다. '개구리'나 '우리 할머니 리타'가 그랬는데, 최소한의 친절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새', '모래'같은 경우는 '이상' 작가가 떠오를 정도로 괴이하고 난해했다. 위에 내가 생각한 줄거리를 적기는 했으나, 솔직히 '새'는 자웅동체를 의미하는 듯한 내용에 어느 정도 눈치만 챘을 뿐 작품 해설을 보고서야 어느 정도 이해됐다. 심지어 '모래'같은 경우는 작품 해설에서도 특별한 언급이 없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봤을 때, 대도시 외의 지역, 즉 할렘이나 빈민촌에 거주하는 부부를 통해서 아무런 희망도 없음에도 남편의 외향과 집안 청소에 신경을 쓰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못 견뎌 간단히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의 모습을 통해 절망하는 빈민층의 삶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럼에도 열 작품들을 모두 읽고 나면 괜스레 마음이 먹먹하다. 무슨 색 피부를 가졌든, 어떤 집에서 태어났든, 어느 나라에서 살든, 성별이 무엇이든, 어리든, 나이를 먹었든, 선하든, 심지어 악하든.

 결론적으로 모두 그저 '살아내기'위해 격렬히 숨을 쉬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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