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수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저는 4년 정도 수영을 배웠습니다. 처음 시작은 생존의 이유였습니다. 물에 빠져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하고 싶으셨던 엄마의 의지로 시작했었습니다. 첫날 수영장 물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 바를 붙잡고 손을 놓지 못하겠다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막상 해 보니 재미있었고, 강사님들의 칭찬으로 무럭무럭 자라나 매주 수영을 가게 되었습니다. 방학 때는 매일, 학기 중에는 토요일 오후에 수영을 다니는 것을 4년 정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2월 다시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체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고 느껴서 운동을 뭐든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할 즈음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수영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어렵다는 수영 신청이 인터넷으로 덜컥 되었지 뭡니까. 당연히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인터넷으로도 신청이 되더라고요.
첫날 쭈볏쭈볏 새로 온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갔더니 신입반 강사님이 수영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확인을 하셨습니다. 전 접영까지 모두 할 수 있었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했습니다. 발차기부터 시작했는데, 그래도 앉아서 하는 발차기는 건너뛰고 킥판을 잡고 고개를 내밀고 하는 발차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수영이었지만 예전에 한 것이 몸에 남아 있었는지 수월하게 발차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음파'입니다. 킥판을 잡고 고개를 넣었다 뺐다 하며 숨쉬기를 하면서 발차기를 하는 것입니다. 역시 꽤나 수월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사님께서 오시더니, 숨을 하나도 안 쉬셨죠?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린가 했습니다. 계속 음파 했는데? 무슨 소리지?
그런데 강사님이 보여주고 나서야 아, 내가 숨을 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물속에서는 숨을 참고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숨을 내뱉고 마시는 게 당연한 줄 알고 있었습니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내쉬고 마시고를 한꺼번에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30년이 지나서야 수영의 숨 쉬는 것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물속에서는 코로 숨을 내쉽니다. 그게 '음'입니다. 그리고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파' 하며 숨을 마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파-가 아니라 파흡-이다라고 표현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물속에서는 숨을 참고 있다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숨을 내쉬고 마시는 것을 한 번에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속에서 숨을 쉬고 있으면 코 옆으로 물방울이 방울방울 생깁니다. 고개를 넣었을 때 그 물방울이 없으니 강사님은 제가 숨을 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고요.
강사님은 계속 물속에서 숨을 내쉬라고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숨쉬기 방법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물속에서 숨을 쉬면 물이 다 코로 들어올 것만 같았습니다. 숨을 내쉬어야 한다는 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물도 더 많이 마시게 됐습니다. 코로 내쉬는 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마시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것이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니 자유형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물속에서 코로 숨을 내쉬면서 달라진 점은 자유형을 할 때 팔을 더 오래 뻗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전에는 숨을 참고 있으니 팔을 빨리 돌린 다음에 숨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물속에서 숨을 내쉬니 팔을 더 여유롭게 돌릴 수 있고 팔을 덜 돌릴 수 있었습니다. 덜 숨이 차게 된 것이죠. 그전엔 수영을 하면서 계속 숨이 찼었거든요.
우리는 무언가를 참고 있으면서도 참는지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게 너무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있는 것들도 많고요. 그런데 그 참고 있는 것을 좀 바꿔보고, 참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조금 더 성장합니다. 그 방법을 안 돼 것 같아도 조금씩 시도해 봄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참지 않아도 되는 것들인데 참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참느라 쓰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 사용할 수도 있으니 한번 살펴보십시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참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