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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coach Oct 27. 2017

디자이너로 일하기 왜 이렇게 힘든가요?

우리 회사에 디자이너는 나 혼자다.

우리 회사에 디자이너는 나 혼자다.
 
소속은 마케팅팀이지만 회사 내의 팀장은 모두 내 팀장이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마케팅 팀장은 제품 시안 중 어떤 게 더 좋은지 의견을 달라고 하고, 영업팀장은 새로운 제품의 배너를 ‘빨리’ 만들어 달라고 한다. 이 와중에 총무팀장이 이번 달 말에 있을 회사 워크숍 현수막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급한 표정으로 나를 찾는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교육팀장이 부르더니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교육시킬 자료를 ‘보기 좋게’ 만들어 달라고 한다.

고작 대리인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오는 걸까?
 
조직이 큰 소수의 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디자인 조직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즉 디자이너의 업무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고, 보고 체계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럴 때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하고 있지 않는 일 중에 하나가 자신의 업무를 글이나 말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구식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확실한 건, 디자이너도 스스로 자신의 업무 체크리스트를 담은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구직 준비를 할 때만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게 아니다. 업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차라리 그럴 시간에 일이나 더 하겠다고 말하지 말 것. 일을 해야 할 시간을 좀 덜어서라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업무 일지를 만들어,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어필해야 한다. 각 팀장들은 하나의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이지만, 디자이너는 동시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 업무 일지를 통해서 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지, 많은 양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묵묵히 맡겨진 일을 수행하다가, 힘들어서 퇴사를 하겠다고 밝히면 기업 입장에서도 당황스럽다.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뭐가 힘들다고 퇴사하냐고 오히려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럴 때도 업무 일지를 꺼내 들자. 이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으니, 내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냐고.
 
마지막으로, 업무 일지는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도 도움이 된다. 오랜만에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뭘 만들어야 한지 낯선 경우도 많다. 그럴 때 자신이 한 업무들을 정리해 둔 업무 일지가 있다면 프로젝트들의 리스트와 시기, 내가 맡은 업무 등이 보일 것이고 포트폴리오 내용을 구성하는 일이 훨씬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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