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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coach Nov 01. 2017

디자이너는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 하나요?

워드 파일로 작성된 이력서는 없나요?


첫 글을 누가 읽을지, 어떤 반응이 올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어서, 수줍게 친구 몇몇에게 보내 주고 어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


“네가 디자이너인 줄 알았어”


나의 면면을 아는 지인들은 디자이너가 쓴 글 같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서 밝히자면 나는 디자이너는 아니다. 자기소개에도 적혀 있듯이 디자인을 전공한 적도 없다. 헤드헌팅의 경력 중에 ‘어쩌다 보니’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프로젝트를 여러 번 하게 되었고, 다양한 기업(서치펌에서 디자이너를 찾을 정도면, 대게는 들어보거나, 혹은 디자이너가 가고 싶어 하는 회사)의 디자이너를 찾을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운이 좋게도 많은 디자이너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던 내가 디자인은 몰라도 '디자이너'는 아는 헤드헌터가 되었다. 


아, 나에 대해서 얘길 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디자인도 안 해 본 사람이 뭘 조언하겠다는 거야?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원래 공부 잘하는 거랑, 잘 가르치는 거랑은 다른 거야!






이직을 결정했다면 제일 첫 단계가 뭘까? 

이직할 회사를 알아보는 것? 일단 퇴사 먼저? (속닥 속닥. 퇴사하고 갈 여행지를 찾아보는 거?)

물론 여행지를 찾아보고 싶겠지만, 이력서 작성이 1번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이력서 작성에 대한 기본이 없다는 것이었다. 뭐 사실 그건 꼭 디자이너만 그런 건 아니다. 20년을 한 직장에서 일한 사람도, 5년 차의 대리도 이직의 경험이 없거나, 지인을 통해서 알음알음 이직을 한 사람들, 이력서를 써 볼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은 다 똑같다. 그런데 디자이너들은 다른 게 하나 있다. 


디자이너들은 워드에 이력서 작성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떤 툴을 사용하더라도 파일 저장을 PDF 파일로 한다.  지원자가 제출한 이력서는 인사담당자나 헤드헌터에 의해서 조금씩은 수정된다. 완벽한 이력서를 제출했다고 느껴지겠지만, 오타가 하나가 있든지, 경력 기간을 잘못 썼다던지, 연봉을 기입해서(혹은 안 해서) 등의 이유로 고칠 부분이 하나씩은 있다. PDF로 제출해도 좋지만, 워드 이력서는 꼭 하나 만들어 놓자.


요즘은 학력을 적지 않는 이력서도 많지만, 학력이 플러스 요인이 될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적는다. 그걸 뭐라고 할 순 없다. 나를 뽑아 달라고 어떤 방식으로든 어필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자신을 어필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 그래서 채용 담당자든 현업 팀장이든 나를 만나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이력서다. 


한국의 이력서에는 기본적으로 이름, 성별, 나이, 학교, 심지어 지금 사는 곳의 주소까지 개인정보가 들어간다. 아, 사진도. 그런데 외국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했던 사람들은 이 부분도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도대체 그게 뭐가 중요해?라고 생각하지 말 것. 한국 기업들은 그게 중요하다. 심지어 에이전시에서도 중요하다. 


디자이너들은 포트폴리오로 보여 주기 때문에 이력서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내 이력서는 인사팀장 도 볼 수 있고, 협업 부서의 부서장도 볼 수 있다. 자신이 한 일들을 포트폴리오가 아닌, 글로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력서 상세 업무 내용에 '시각 디자인' '제품 디자인'이라고 적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으로 적어 달라고 하면 뭘 더 적어야 하냐고 되묻는 경우가 참 많다. 재직했던 회사 이름도 적었고, 거기서 제품 디자인을 했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알아주길 바라면 안 된다. 그 회사에 디자이너가 오직 한 명이었더래도 그간 했던 프로젝트의 이름을 나열해야 한다. 하다못해 제품명이라도. 제품명을 적고 그 뒤에 단상자 디자인, 제품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이라고만 적어도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외국식으로 one page resume를 적을 필요도 없다. 한국 기업은 그런 걸 요구하지 않는다. 지원자가 했던 모든 경우의 프로젝트를 다 적어도 된다. 20년을 일했는데도 업무 내용에 A4용지의 반도 못 적는다면 일을 아무리 잘하는 디자이너라도 소용이 없다. 


(이력서 작성의 수많은 예들이 생각난다. 그걸 다 적고 있자면 이 글은 발행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에이블씨앤씨 / 미샤, 우아한 형제들 / 배달의 민족. 

회사명은 무엇일까? 

당연히 에이블씨앤씨와 우아한 형제들이다. 그런데 지원자들 중 미샤, 배달의 민족을 적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든 거다. 대표적으로 기업과 브랜드가 헷갈리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건 기업명이 아닌 브랜드의 이름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으면 안다. 재직했던 회사의 이름이나 브랜드를 아무도 모른다면 이력서에 회사 설명을 적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는 회사라던지, 어떤 브랜드가 있다던지 하는 내용을 적어야 한다. 인사팀장도 실무팀장도 검색창에 기업명을 일일이 검색해 볼 시간이 나 관심이 없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한 문서에 작성할 것인지, 나눠서 작성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는 포트폴리오만 보고 지원자를 검토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두 번 클릭하지 않고 한 번에 이력과 포트폴리오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고민하지 말고 각각의 형식대로 만들어 놓자. 그냥 몇 번의 Ctrl C, Ctrl V로 해결되는 일이지 않은가. 제목에 이력서, 이력서+자기소개서, 이력서+포트폴리오 등으로 표시만 해 놓으면 된다. 하도 많은 이력서를 받아 본 인사 담당자들은 저렇게만 써 놔도 무슨 소린지 다 안다.  


마지막으로 맥에서 작업한 파일들은 윈도에서 제목이 깨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파일명이 뗡뀿??뗡뀸??끷뀣???묃뀳??꼨?맬뀽???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파일을 저장하고, 파일명이 깨지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자. 


이력서 작성의 아주 기본(꼭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을 몇 가지 더 적자면.

총 경력기간은 지원자가 실제로 일한 경력 기간을 얘기하는 것이다. 업무 시작을 2012년 4월에 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지금까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쉬었다면 그 기간을 제외하고 근무한 기간만을 적는다. 프리랜서도 경력기간에는 안 들어간다. 인턴십도 졸업 전에 한 경우라면 제외하자. 


종종 이직 사유에 헤드헌터가 권해서 라고 쓰는 지원자도 있다. 이 대답이 얼마나 매력 없는지는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다 아시리라 믿는다. 헤드헌터가 권했지만, 거절하지 않고 지원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적자. 


이력서 쓰기 거참 힘드네. 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지금 다니는 회사에 열심히 다니면 된다. 이력서 쓰기가 벌써 힘들다면 이직은 그냥 남의 얘기라고 생각하자. 






누가 읽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 글에 이렇게 사족을 붙이는 것이 우습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내용 중에 도대체 이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궁금할 땐, 언제든지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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