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원래 어렵습니다.

팀장은 누구와 점심을 먹나요?

by jaycoach


"야 인마, 너도 해 봐라"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순간이 하루에도 12번이다. 나도 몰랐다. 팀장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나도 1년 전까지 저 친구의 저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냥 이게 바로 내 업보구나 싶을 뿐이다. 내 전 사수, 내 팀장님에 대한 그리움만 쌓인다. 보고 싶어요, 팀장님!!!


팀장은 어렵다. 원래 그랬다. 하지만 그걸 알고 준비하는 사람은 없다.

회사에 입사하면 누구나에게 팀장이 있다. 그래서 팀장이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내가 그 자리, 그 팀장이라는 자리에 앉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내가 '팀장'이 되어 있다. 맡겨진 일만 처리하면 되던 팀원이 얼마나 좋은 자리인지 이제부터 제대로 느껴지게 된다.


업무 지시가 이렇게 어색한 것인지 그 전에는 몰랐다. 그냥 내가 하면 더 빨리 할 것 같은데 팀원에게 시켜서 속이 터져라 그 대답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그냥 내가 처리할 것인지.

혹은 이 업무를 이 친구한테 맡길 것인지 저 친구한테 맡길 것인지. 이번 프로젝트는 저 친구가 더 잘하는데 업무량으로 보면 이 친구한테 시켜야 할 듯 보여서 고민이 된다.

비단 이런 문제뿐이겠는가. 팀장이 되면 지금껏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서 매일, 매 시간 생각하게 된다.


비슷해 보이는 시안 2개를 가지고 와서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선택해 달란다. 나도 그랬다. 실무자일 때는 그 디테일의 차이가 뭔지 나는 다 알고 있었다. 그 차이를 묻는 팀장이 감각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받아 보니 비슷하다. 큰 차이도 없고 둘 다 별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둘 다 별로야 하면 사기 의욕을 다 꺾을 듯하고 차이가 뭔데?라고 물으면 나도 감각이 없다고 생각할까 봐 두렵다. 근사하게 시안 두 개의 차이를 설명하며 그래서 이게 더 나은 것 같아 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다. 그래서 일단 두고 나가라고 했다.


잠깐 고민하고 있는 사이, 한 직원이 할 말이 있다며 커피 한 잔 하자며 문자가 왔다. '심쿵'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거다. 뭐지? 뭔가 불길한 기분이다.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가정에 아픈 분이 계시고, 병간호를 하다 보니 본인도 몸과 마음이 안 좋고 그래서 휴식이 필요해서 퇴사를 해야 할 것 같단다. 짧은 한숨을 쉬고 일단 휴가를 내고 좀 쉬면서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지 고민해 보라고 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팀원들은 어느새 다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이런 질문이 생겼다. 내 팀장은 누구랑 점심을 먹었지??!!


오후가 되고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나니 금방 퇴근 시간이 된다. 뭐 별로 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퇴근시간이다. 팀원일 땐 아무리 바빠도 쇼핑몰도 좀 보고 부동산도 좀 볼 여유가 있었는데 팀장이 되니 화장실 같 여유도 없다. 슬쩍 자리를 봤더니 반은 퇴근했고, 나머지 반도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요즘 애들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퇴근하기 전에 팀장한테 가서 인사는 하고 갔던 것 같은데 요즘 직원들은 말도 없이 그냥 간다. 이게 꼰대가 되는 길인가 싶다가도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시간이 가장 여유가 있다. 아까 받았던 시안도 다시 한번 보고, 본부장의 지시도 정리를 좀 해 볼 수 있다. 직접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좀 정리하고 금요일 오후에 있을 팀장 보고 자료를 정리하다가 시간을 보니 10시다. 결론짓지 못한 일들은 집에 가서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컴퓨터를 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니 저녁도 아직 먹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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