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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coach Feb 21. 2022

글태기, 브태기

혼자 약속한 2주가 지났고, 업데이트할 글은 없다. 시작만 한 글 모음


1.

채용 시즌인가? 요즘 브런치 통계를 보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JD가 뭔가요?라는 글의 조회수가 제일 높다. JD 잘 쓰는 법도 아니고, JD가 뭔가요?라는 제목이 그렇게 클릭을 할 만한 글인가? 아니면 요즘 뜨는 뭔가 중에 JD로 줄여서 부르는 뭔가가 있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가 매일매일 구글에서 JD를 검색한 다음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글을 클릭하고 있는 걸까? 사실 JD 쓰는 법은 이력서 작성법만큼이나 다루기 어렵다. 구직자들의 이력서만큼 다양한 게 JD다. 쓰는 사람 마음대로 그 내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얼마나 솔직하게 작성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주는 돈만큼 회사에 이익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데 그걸 돌리고 돌려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사람, 함께 배우며 성장할 사람이라고 적는 거다. 나는 헤드헌터로 일 할 때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고 했다. 회사는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곳이지 일을 배우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돈도 주고 배움도 주면 너는 회사에 무엇을 줄 수 있냐고 가차 없이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 많은 기업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인재를 찾는다고 하는데 그 말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이미 다른 데서 다 배운 인재를 찾는다는 말로 느껴질 때가 많다. 



2.

클릭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갔을까? 아니면 제목만 보고 클릭했다가 이건 내가 원했던 게 아닐까? 라며 그냥 화면을 닫을까? 후자가 더 그럴듯해 보인다. 어쨌든 하루에도 몇 번씩 JD를 구글에서 검색하고 제목을 보고 들어 오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그들이 정말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은 뭘까? JD를 작성하는 방법이 정말 궁금한 걸까? JD의 행간을 읽는 방법이 더 궁금한 사람들일까? 


 

3.

브런치 글을 작성하면서 매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했다. 2022년 들어 2주에 하나씩은 업데이트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제쯤에는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뭐 글로 먹고 살아가는 사람도 아니고 늘 새로운 주제로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는 않다. 어떤 얘기를 써야 더 많은 사람들이 클릭할까? 어떤 글을 쓰면 좋아요를 받고, 댓글을 남길까? 계속 고민한다. 그러다 누구랑 약속한 것도 아니고, 나랑 한 약속인데 안 올리면 어때?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한동안은 글을 시작할 주제들이 언제나 생각났다. 언제나 쓰고 싶은 글이 있었다. 그걸 마무리 짓느냐 못 짓느냐였지만. 그런데 지금은 무엇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떤 이야기가 듣고 싶은지 그것만 계속 생각하는 것 같다. 무엇의 차이일까? 글을 써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의 무력감일까? 시작은 했지만 마무리 지을 수 없는 무능력 때문일까?




4. 

브런치에서 처음 작가를 선정할 때 앞으로 쓸 글들의 주제를 적어 보내라고 한다. 나도 분명히 그걸 써냈을 텐데, 그 내용이 뭐였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브런치를 시작하고 싶었는지 그 마음을 돌아보고 싶은데, 나한테 남겨진 글은 없고 브런치에서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런 걸 다시 확인해 보면서 마음을 다잡거나 거기서 또 다른 뭔가를 찾아낼 수 있을 텐데.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내 글을 회사의 마케팅 활용 목적으로 작성하려고 했던 것 같다. 쓰고 싶었던 글을 근무 시간에 쓰고, 회사는 작게라도 마케팅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잘 기억이 안 난다. 암튼 단숨에 요구하는 문서를 작성해서 보냈다. 그리고 그다음 주인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당시엔 브런치에서 글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줘야 글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은 브런치 작가 하면 브런치에 올린 글로 책을 낸 사람들을 이야기하지만 당시엔 그냥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만 해도 브런치 작가였다. 주위에 물어보니 꽤 금방 작가로 인정되어서 내가 냈던 주제들이 궁금하긴 했었나 보네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5. 

요즘 SNS의 이미지 중에 혼자 쓰면 일기지만, 브런치에 일기를 쓰면 책이 된다는 내용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시작만 한 작가의 서랍에 모여 있던 글들을 모아 올려 본다. 사실 올릴 내용이 없기도 했고. 그저 이주에 한번 올리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6.

아무것도 모르고 글을 클릭하신 분들의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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