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리더에게보내는편지1.
한 때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리더는 내 이직을 진지하게 논의해 볼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리더는 조직원의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면, 조직원이 이직을 고려할 때 제일 먼저 상담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예를 저는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아 있긴 있습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연이어 사용하여 1년이 넘게 휴직 상태였던 조직원이 아무래도 자신이 돌아가도 예전과 같은 업무를 하지 못할 것이 예상되자, 팀장과 의논 후 최근에 팀장에게 전화했던 헤드헌터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이직할 자리는 없냐고 묻는 경우를 본 적이 있죠. 어쩌면 팀장이 그 조직원에게 먼저 제 전화번호를 건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직을 팀장과 논의하지 못할까? 입니다. 요즘 늘 보이는 채용 공고문에는 회사의 성장과 함께 할 인재를 찾는다는 말이 대부분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직원의 성장을 위해 이직하려고 할 때 회사는 아니, 내 리더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세상에 없을 이상적인 이야깁니다. 마치 지금 애인에게 내가 앞으로 만날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과 같은 이야기 일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주의 깊게 살펴보면 자신의 앞일을 자신의 매니저와 상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신뢰를 얻는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요?
제대로 평가하는 리더입니다.
요즘에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씁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팀은 시즌마다 상위평가를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너, 다음번에는 너. 팀에서 정말 잘한 사람이 아니라 골고루 한 번씩은 상위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 팀원들도 수긍하며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고요. 이런 평가는 조직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결과적으로 아무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 일을 잘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제 몫의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런 생각을 해 낸 팀장은 팀원들에게 골고루 평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누구의 신뢰도 얻지 못하게 됩니다.
때론 팀원들의 평가가 자신이 상위평가를 받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팀장은 팀원의 성과가 팀장의 평가 항목으로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제 역량을 못해내는 팀원을 저 사람 때문에 내 평가가 망했네.라고 자신이 받을 평가를 먼저 생각하는 리더는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는 자체로 신뢰를 못 얻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부족한 역량을 채워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도록 노력한다면 신뢰를 못 얻을 이유는 없지요. 저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눈에 보이도록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만 싸고도는 게 신뢰를 잃는 방법입니다.
팀장은 어쨌든 팀원을 평가합니다. 그래서 왠지 잘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잘하면 잘한 것보다 조금 더 높게 평가해 주기를, 못하면 좀 덜 못 한 것으로 평가해 주기를 바랍니다. 제가 팀원으로 가장 오래 함께 일한 팀장은 성과는 잘 내지만 성격은 혀를 내두를 사람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희 팀은 늘 성과 1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종종 내 성취감, 내 성장이 아닌 팀장의 눈치를 보며 일했습니다. 혹시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저에게 소리 지를까 두려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저만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늘 성과가 좋았지만 아무도 팀장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신뢰를 얻는 리더는 누구일까를 생각하다 보니 내가 그동안 신뢰하지 못했던 리더는 누구였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렴풋이 어떤 리더가 나에게 좋은 리더인지, 나는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 그림이 그려지십니까? 모든 리더가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리더도 자기에게 맞는 방식이 있습니다. 오늘 말한 3가지만 제대로 해도 이직을 상담하려 올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뢰받는 리더는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