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거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 비밀 24가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의 비밀 27가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들의 비밀 10가지가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저자에게 크리스토퍼 소머가 쓴 편지로 마무리합니다. 책 전체 내용 중에 제일 가장 마음에 남은 문장입니다.
정해진 일정 같은 건 잊어버리세요. 시간은 필요한 만큼 걸릴 겁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고 수많은 루틴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요? 타이탄의 도구들에 나오는 방법들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 방법들로 온종일 하고 있는다고 해서 타이탄이 될 수 있을까요? 말 그대로 루틴에 이끌려 다니는 삶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 한 두 가지를 찾아(만들어) 성숙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들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분들은 이미 경험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나도 이거 한번 해 봐야지. 했던 것들이 있으실 텐데, 지금은 그게 뭐였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일도 마찬가집니다. 요즘 종종 보이는 광고들을 보면 이것만 알면 마치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몇 시간 만에, 며칠 만에 그 전문성을 가지게 될 수 있을까요? 정말 그 내용만 알면 단번에 전문가가 되는 걸까요? 물론 그런 강의를 통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인사이트가 그때뿐이진 않았을까요? 기록해 놓으셨다면 언제라도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지만 그저 한 때의 어떤 느낌으로 끝나진 않으셨나요? 저는 그렇더라고요. 온라인을 통해서 많은 강의를 찾아 듣고 들을 때는 열심히 기록하고 메모하지만 몇 달이 지나니 그때 들었던 몇 가지 키워드만 생각날 뿐 다른 것들을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농업적 근면성은 이제 의미 없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타이탄의 루틴들은 꾸준히, 성실히 시간을 쌓아가며 실행하는 것에는 농업적 근면성이 필요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식물이 자라는데만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사람들도 성장하는데 필요한 절대적 시간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중 최근에 제가 해본 것들 중 좋은 2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는 요가(명상)와 걷기가 저에게 아주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요가나 명상은 중요한 루틴이라고 합니다.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요가나 명상은 가만히 앉아서 마음과 생각을 비웁니다. 오롯이 호흡에만 집중하고, 그 집중이 이어지면 생각과 마음이 비워집니다. 온종일 빠르게 결정하고, 온라인 미팅을 통해서 예전보다 더 많은 미팅을 진행합니다. 바쁘게 일을 추진해 나가지만 더 복잡해질뿐입니다. 가만히 앉아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비우고 바쁜 마음을 비워내면 정말 해야 할 일들이 보인다는 게 아닐까요. 명상을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분명히 들었을 겁니다. 그 시간이 쌓이다 보면 아, 이게 명상이구나 하는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또 하나는 걷기입니다. 시간이 남아서 걷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걷는 겁니다. 앞의 명상과 비슷합니다. 오른발 왼발 걷는 것에 집중하고, 숨 쉬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더 복잡하게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고민되던 것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양한 소스들을 적어 놓았었고 그것들을 어떻게든 연결시켜 하나의 글이 되도록 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여러 문단들을 지웠습니다. 걷는 시간을 통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근사해 보이려고, 아는 것이 많은 것처럼 보이려고 적은 문장들을 지우게 되더라고요.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으면서 왜 저 문장이 가장 마음에 남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 제 안에 어떤 조급함이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난 뭘 하고 있었나? 그런 생각들이 가득한 가운데 도움을 얻으려 읽었으니 결국 저에게는 꾸준함과 그 꾸준함을 이어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 문장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입니다. 저만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제목에 끌려서 이 글을 클릭하신 분들에게도 그런 위로가 필요하지 않으셨을까요?
결국 우리가 하려는 모든 일에는 필요한 만큼 시간이 들게 마련입니다. 조급해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꾸준히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계속해 내십시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