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방송사 아나운서가 전하는 ‘원 포인트 레슨’

'말쟁이'와 '글쟁이'의 다르면서 같은 세계

by 류재민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때 아나운서를 꿈꿨던 적이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유명한 방송사를 비롯해 지역 방송사에 여러 번 지원했습니다. 벌써 20년도 전의 얘기입니다.


서류전형을 위해 토익학원을 다녔고, 카메라 테스트 통과를 위해 방송아카데미도 수료했습니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실력자가 다 모인 까닭입니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TV에 나오는 그들이 한결같이 멋있고, 예쁘고, 말까지 잘했기 때문입니다. 뉴스 진행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는 모습이 20대 청년의 눈에는 선망의 대상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시에는 팔도 아가씨 대회 출신부터 모델 뺨치는 지원자가 차고 넘쳤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때 저는 그들의 신장과 외모에 작아졌고, 지금도 탈락의 이유를 ‘능력’이 아닌, ‘외모’(카메라 테스트)라고 애써 위안합니다. ㅋㅋ


KBS와 MBC 역시 제가 시험을 봤던 방송사였습니다. 여의도 방송가를 여러 번 돌았지만, 돌아온 건 ‘불합격’ 통보였습니다. 그때 노력을 하늘이 알았을까요. 아나운서 대신 인터넷 신문사 기자로 국회를 출입하면서 ‘여의도 입성’의 꿈을 이루었으니까요.


아나운서는 ‘말’로, 신문 기자는 ‘글’로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합니다. ‘미디어’라는 한 울타리에서 일한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면에서도 아나운서와 기자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말쟁이나 글쟁이나 먹고살기 쉽지 않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저와 일면식도 없습니다. 페이스북 친구로 만나고 있는데요. 그분께서 페북에 자주 올리는 게시물이 있습니다. 바로 신문에 나오는 잘못된 표현과 맞춤법, 인용구입니다.


어디서 그런 걸 찾아내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빨간펜’ 아나운서의 예리한 지적과 교정을 보면서 때론 깜짝 놀라고, 때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기사를 쓰면서 ‘아, 내 기사는 걸리지 말아야지’하고 긴장하게 됩니다.


출처=강성곤 KBS 아나운서 페이스북.

그는 얼마 전 36년 차 아나운서 경험을 토대로 책을 냈습니다.《올 어바웃 아나운서》라는 책인데요.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을 소개한 기사를 보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들고 있습니다.

노마십가(駑馬十駕)란 말에서 용기를 얻는다. ‘둔한 말도 열흘 동안 수레를 끌 수 있다’ 즉 재능이 적은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면 능력 있는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저 없이 인생 후반전 버튼을 눌러 리셋하고, 그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다시 천천히 길을 나서련다. -강성곤《올 어바웃 아나운서》 중

오랜 세월 아나운서라는 외길을 걸으며 깨달은 것들을 되짚고 엮어 후배들이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억나는 대로 썼다고 합니다. 언론인으로서의 진정성과 값진 노력의 결실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올해 16년 차 기자입니다. 저도 20년 뒤, 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한 권 써내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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