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드론에서 시작해 물총으로 끝난 이야기
며칠 전 일입니다. 아이들 장난감을 사준다고 휴대폰으로 어린이용 드론을 저가에 구입했습니다. 사흘 배송기간을 거쳐 도착한 드론 이름은 ‘떠용’입니다. ‘떠다니는 용(龍)’이라는 뜻인가 봅니다.
일반적인 드론과 달리 조종기가 없습니다. 드론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손으로 방향을 정하는데요. 40분 충전하면 4~5분 날아다닙니다. 충전시간 대비 비행시간이 짧다고 느낄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저 신기한 듯합니다.
충전을 마치고 첫 비행을 한 순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잘 샀네” 했습니다. 보람과 긍지에 희열의 감동까지 느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5분 비행을 마치고 다시 충전을 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날지를 못합니다. “아빠, 떠용이가 안 떠용.” 떠용이랑 같이 하늘을 날아다닐 것처럼 들떴던 아이들이 금세 시무룩해졌습니다.
충전이 덜 됐나 싶어 몇 분 더 충전을 해 봐도 안 됩니다.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했지만, 센서에 불만 들어올 뿐 도무지 날지 못합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아빠, 이거 사기템이야?”
휴대폰 주문내역서에 적힌 업체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떠용이의 상태를 설명했습니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은 담당자한테 연락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몇 분 뒤 담당자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고, 떠용이 상태를 영상으로 촬영해 보내달라고 합니다.
하기야 상태를 확인해야 반품이든, 교환이든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사기를 치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영상을 촬영해서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불량 확인했고, 즉시 교환해 주겠다고. 교환품은 정말 ‘즉시’(하루 만에) 왔습니다.
고객 만족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 업체에 신뢰감이 생겼습니다. 잠시 실망했을 동심에 사기템이 아니란 걸 증명해줬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새로 온 떠용이를 충전하고 첫 비행을 한 뒤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드론이 추락하면서 날개 한쪽이 ‘똑’ 부러진 거 아니겠어요. 방향을 잡지 못한 떠용이는 360도 회전만 반복할 따름이고, 아이들의 표정은 “뭐가 이래 금방 부러져. 역시 사기템이었어”하는 눈빛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아들을 데리고 2마트에 가서 그에 준하는 금액의 물총 2개를 샀습니다. 오늘 저녁은 물총 놀이의 희생양이어야 합니다. 저는 물총도 없는데. ㅠㅠ
아이들이 제안합니다. “우리는 물총, 아빠는 샤워기” 저는 곧 물총을 맞고 장렬히 전사할 예정입니다. 1회부터 10점을 내준 한화 경기를 보느니 차라리 욕실 대전이 더 행복할 듯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