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는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우리는 언제쯤 행복해질 수 있을까
친구, 잘 지내? 그곳도 코로나19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하니 안부부터 물어야겠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사는 친구가 떠올라 무작정 펜을 들어봤어.
친구가 사는 덴마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행복지수 1위라고 소문이 자자해. 행복지수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에 비하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지.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노인 빈곤율도 OECD 최고 수준이거든.
코로나 사태에 경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주머니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경기가 호황이었던 시절이 언제 있었으랴만, 전염병 창궐 이후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그런데도 친구가 사는 나라는 행복한 사회라니 놀랍고 신기해. 잘 사는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 모두 생활에 만족하고, 수입의 절반을 기꺼이 세금으로 내는 국민성도 부럽고 말이야.
한 나라의 행복지수는 택시기사의 얼굴을 보면 대략 알 수 있다. 덴마크에서 만난 30여 명의 택시기사들은 모두 평온해 보였고 여유가 있었다. 그들에게 “당신은 행복한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 코펜하겐 공항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묻지도 않았는데 “여긴 참 살기 좋은 나라”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중
친구의 나라는 행복의 비결을 ‘휘게’ 문화에서 찾는다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 근사하고, 멋지구리구리해.
우리나라도 한때 대선에 도전했던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선거 구호로 내놔 화제가 된 적이 있지. 현실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신했던 기억이 있어. 우리 사회는 휘게는커녕 등골 휘게 일할 뿐이지.
우리는 내년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예정이야. 이번 대선에서 최대 화두는 ‘공정과 정의’가 될 것 같은 분위기야. 그만큼 공정하고 정의롭지 않은 사회라는 방증일 테지.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도 하루살이가 힘들고 지친데,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어공이든 늘공이든 권력과 부가 있으면 너도나도 부동산에 혈안이고 말이지. 맘에 안 들고, 답답해.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서울에서 마주치는 택시기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서울에서 택시를 탈 때면 왠지 미안하다. 늘 시간에 쫓기고 피곤해 보이는 그들의 얼굴을 대하기가 불편하다. 특히 요금 5000원 미만 나오는 단거리를 가자고 할 때면 더욱 그렇다. 사회가 안정적인 복지 시스템을 만들어놓지 못하면,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기본소득을 사회 시스템이 보장해주지 못하면, 이렇게 개인과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중
우리는 언제쯤 행복할 수 있을까 싶은 맘에 푸념 한 번 해봤어. 부치지 못할 편지이지만, 글을 쓰다 보니 스트레스가 좀 풀린 기분이야. 덕분에 고맙네. 언제 또 쓸진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안녕. 코로나 조심하고. 이름모를 나의 덴마크 친구에게.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