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옛날 영화를 다시 틀 순 없겠지만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by 류재민

살다 보면 왜 그런 날 있잖아요. 옛날에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지낼까? 그때 좀 더 잘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덩달아 들지요. 시간이 흘러도 문득문득 떠오르니, 당시에는 꽤 친한 사이나 관계였을 겁니다.


<조조할인> 노래 가사처럼 그들과 함께한 순간은 이젠 주말의 명화가 됐지만요. 저도 가끔씩 그립습니다. ‘좋아해’ 말 한마디 못하고 멀어졌던 복순이가 그랬고, 좀 더 살갑게 대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아버지가 그랬고, 사는 일에 익숙해져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 또 그렇습니다.


영화 같은 삶의 장면들이 있었기에 추억도 할 수 있나 봅니다. 명장면은 몇 안돼도, NG컷도 많지 않았나 봅니다. 복순이보다 더 아름다운 아내를 만났고, 살갑게 대해줄 아이들의 아버지가 됐고, 몇몇 동무들과 드문드문 연락이라도 주고받으니까요. ‘보통’의 삶을 사는 것에 감사한 나날입니다.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차별없이 적용되고 똑같은 속도를 우리에게 부여한다.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고 순간순간을 깊이 사색하며 살아가는 거다. 시간은 모든 것에 평등하다. 거기에 국경이란 없다. 만물만상, 우주에 관해서도 시간은 평등하다. 나는 오늘 이 절대적 평등을 믿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결코 잃어버리지 않으련다. 살아가며 느끼게 마련인 견딜 수 없는 고통, 용서되지 않는 시간, 이 추운 겨울의 막막함, 혼자라는 두려움 혹은 서툰 사랑 하나하나까지도 뜨겁게 가슴에 끌어안고 살아가야지, 살아야겠다. -윤대녕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중


과거를 회상한다는 건, 어쩌면 현재의 삶이 버티기 어렵다는 뜻일 수도 있겠습니다.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욕구가 물밀 듯이 밀려올 때 우리는 아름다운 지난 시절, 어울렸던 친구와 장소를 기억에서 소환하곤 합니다.

고통과 막막함, 두려움의 시간마저 삶이란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가슴 뜨겁게 끌어안고 살다 보면 엔딩의 시간이 오겠죠. 시간은 국경과 우주를 초월해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소설가의 이야기처럼.


해피 엔딩을 보장할 순 없지만, 별 것 아닌 고민과 고독과 번뇌와 그리움, 무기력은 망각의 프레임 너머로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곁에는 또 다른 희망과 용기와 즐거움을 선사해 줄 사람들과 마주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지만,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겠지요. 그날까지 어디서 어떻게든 ‘안녕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나의 옛날 영화를 다시 틀 순 없습니다. 새로운 영화를 찍는 지금은 옛날처럼 미안함이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명장면만 찍으며 살려고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배우 조승우의 ‘지금 이 순간’ 틀어 드립니다.

*영상 출처: 조승우 -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KBS 041023 방송 YouTube

*이미지 출처: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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