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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뻘뻘 흘리며 만든 시골집 '워터파크'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더위 탈출
by
류재민
Jul 24. 2021
충남 천안의 한 시골 마을. 제 고향이자, 홀어머니께서 살고 계신 집인데요. 오늘 마당 한쪽에 워터파크를 개장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인덱스 수영장을 설치했습니다.
수영장 설치 전 햇빛을 막기 위한 그늘막부터 쳤습니다. 빗자루로 바닥을 깨끗이 쓸고 장판을 깐 다음 인터넷으로 주문한 수영장 구조물을 하나하나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각 옆 테두리에 봉을
, 중간중간에는 버팀목을 끼운 다음 일으켜 세우니 그럴싸하게 구색을 갖췄습니다. 수도에서 호스를 연결해 물을 틀었습니다. 콸콸콸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던 아이들이 재빨리 방에 들어가 수영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시골집 마당 한켠에서 워터파크 설치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점심 먹는 것도 잊은 양 두 녀석이 오후 내내 물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갈 수가 없으니, 고육지책으로 떠올린 게 바로 ‘
시골집 워터파크’인데요. 전체 설치비는 10만 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효과는 그 10배는 족히 돼 보입니다.
일단 코로나로부터 안심할 수 있습니다. 온종일 놀 수도 있습니다. 공동주택이 아니라 조금 떠들어도 민원 들어올 일도 거의 없습니다. 콩국수를 만들어 물속에서 먹고, 밭에서 딴 복숭아랑 수박도 썰어 시원하게 먹었습니다.
“아빠도 같이해야지”하는 통에 ‘인질’로 잡혀 근 한 시간을 물세례와 물총에 조리 돌림 당했는데요.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라, 큰 몸싸움과 말싸움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수영장 높이나 물 깊이도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서 아홉 살 아들 녀석은 매우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이 아이들은 오늘 집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
강원도든 제주도든, 서해안이든, 남해안이든, 물놀이를 하려면 풀빌라를 찾아야 하는데요. 극성수기에는 하룻밤 숙박료가 50~60만 원은 족히 듭니다. 그마저 방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성거 워터파크는 물놀이 이용 요금이 없습니다. 숙박료 무료에 ‘할머니 표’ 건강식까지 제공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피서지가 어디 또 있을까요? 올해 여름휴가는 이곳으로 와야겠습니다. 어머니께서 불편하고, 힘드시겠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겁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와의 전쟁에 ‘탈출’을 시도하려는 방법은 이렇게 다양합니다. 한번 설치하기가 어렵지, 해 놓으면 보람 있어요. 아이들도 신나고 즐겁게 놀 수 있고요.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오늘 집에 갈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내일까지 있을 판입니다. 밖에서 또 “아빠, 언제까지 노트북만 쳐다볼 거야”라고 불러 젖힙니다. 저는 도쿄 올림픽 중계가 보고 싶은데, 어쩌죠?
추억 돋는 노래 한 곡 준비했습니다.
*영상 출처:
스페이스 공감_820회_박지윤
- Steal Away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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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입니다. 소소한 일상부터 언론관, 취재 현장 에피소드를 쓰고 있습니다. 아 참,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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