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보다 값진 황금열쇠를 받았다
개근상 같은 장기근속 포상을 받은 소감
저는 엉덩이가 무거운 편입니다. 어디에 한 번 앉으면 웬만하면 금방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오늘 디트뉴스 창간 20주년 기념식에서 장기근속 포상을 받았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값진 황금열쇠도 받았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고 나서 상을 받는 건 처음입니다. 특종 상은커녕, 기자라면 한 번 받았을 법도 한 ‘이달의 기자상’도 받아본 역사가 없습니다. 그만큼 부족한 기자입니다.
기자 생활을 하고 나서 상을 받는 건 처음입니다. 그만큼 부족한 기자입니다.돌아보면, 제 기자 생활은 지난한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살얼음판을 걸을 때도 많았고, 벼랑 끝에 선 심정일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고, 떠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눈물 흘린 날도 많습니다. 그래도 무거운 엉덩이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를 기자로 키운 8할은 바람이 아니라 '깡'입니다. 16년 차 기자생활 중 만 13년 6개월을 이곳에서 글을 썼습니다.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만감이 교차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디트뉴스 초창기, 그야말로 허허벌판, 거친 광야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었습니다.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는 은혜를 입었고, 누군가에는 상처를 줬을 겁니다. 제 기사와 언행에 상처 받은 분이 계신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겸손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설 수 있기까지 많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좋은 동료들과 취재원의 도움에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그들에게 고맙습니다. 쥐꼬리 보다 조금 나을까 모를 월급에 바가지 안(적당히) 긁고 살아주고 있는 오 여사와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보낸 창간 20주년 축전을 대독 하는 영광도 안았습니다. 디트뉴스는 지난 2001년 8월 1일 우리나라 1세대 인터넷 언론으로 ‘지역 대안 언론’을 기치로 걸고 출발했습니다. 척박한 지역 언론 환경에서 묵묵히, 또 꿋꿋하게 ‘할 말’을 해왔다는 자부심에 보람과 긍지를 느낍니다.
스무 살 성년을 맞은 저희는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뒤로 가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지도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뜻깊은 날임에도 코로나19로 외부 인사 초청 없이 임직원들끼리 조촐히 행사를 치렀습니다.
떡 케이크 자르고, 대통령께서 보내온 축전도 읽었습니다. 지나온 20년을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영원한 기자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초심으로 돌아가 '기자'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는 후배들이 저를 보고 느꼈으면 바람이 하나 있습니다. ‘실력이나 능력이 출중하지 않아도 버티고, 포기하지 않으면 저런 날도 오는구나.’
특종을 못 하면 어떻습니까. 떳떳하고, 불의에 꺾이지 않고, 적어도 ‘기레기’ 소리 듣지 않는 기사를 쓰면 그게 ‘기자’ 아닐까요? 회사에서 제 직급은 ‘부장’인데요. 취재원에게는 영원한 ‘기자’이고 싶어 명함을 새로 새겼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겠습니다. 진심을 담아 진실을 쓰겠습니다.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상투적이고 감동적이지 않은 수상 소감은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처럼만 하겠습니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오늘만큼은 이 기분을 마냥 즐기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황규영이 부릅니다. <나는 문제없어>
*영상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x9EtlDk52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