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권 주자의 ‘한심한 언론관’

KBS·MBC는 메이저, 인터넷신문은 마이너라는 ‘무지’

by 류재민
앞으로 정치공작을 하려면 인터넷 매체에 하지 말고, 국민들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했으면 좋겠다.


며칠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회에서 한 발언입니다. 그것도 수많은 인터넷 신문 기자들 앞에서 말이죠. 자신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신문 <뉴스버스>를 비난한 발언인데요. 말을 그대로 풀어보면 인터넷 매체는 메이저 언론이 아니란 소리입니다.


그의 발언을 들은 한 기자가 “메이저 언론이 아니면 의혹 제기 보도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는데요. 대답이 가관입니다.


“작은 언론, 메이저 언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뉴스타파나 뉴스버스가 하고 나서 (다른 언론사가) 달라붙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뉴스를 그런 곳(메이저 언론)에 줘서, 독자가 많은 데서 시작하는 게 좋은 거 아니냐.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에 들어가 던져 놓고 따라가지 말고 독자 많은 KBS나 MBC에서 바로 시작하든지.”

KBS와 MBC는 메이저이고, 인터넷 신문은 마이너라는 ‘한심한 언론관’은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 말입니까, 막걸리입니까.(그 와중에 SBS는 의문의 1패) 또 인터넷 신문 독자들은 뭐가 됩니까.


언론중재법에 반대한다면서 자신의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전체 인터넷 매체와 언론을 폄훼해도 되는 겁니까. 하긴 큰 물에서만 놀았으니, 작은 사회를 공감하고 인정할 줄 알겠습니까.


‘주 120시간 근무’, ‘부정식품’ 발언 논란에 이어 약자에 대한 인식 부족을 또 한번 드러낸 장면입니다.


언론을 갈라치고, 약자에 대한 배려도 없으면서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걸까요. 권력을 손에 쥐면 정말 대단하겠습니다. 과거 ‘보도 검열’이나 ‘1도(道) 1사(社) 제’가 부활하지 않을까 겁이 날 정도입니다. (‘두테르테 윤’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직도 현직 검찰총장이고, 국회 출입기자들이 검찰 출입기자들인 줄 아나 봅니다.

2021년 9월 9일 KBS 1TV <더 라이브> 방송 화면 갈무리.

“윤석열 전 총장이 이야기하는 메이저 언론이란 최소한 검찰청 정도는 출입할 수 있는 기자단. 그것만으로도 안되고 더 추려서 매일 아침 공보팀에서 검찰총장, 지검장에게 그날의 뉴스를 제공하는데, 여기에 KBS·MBC·SBS 공중파 3사와 제가 밝히기 어려운 5개 정도 중앙 일간지 보도 내용만 올라온다. 여기가 메이저이고, 여기에 들어오지 않으면 언론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씀했다. 인터넷 세상에서 인터넷 매체를 공격한 것이 일단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뉴스버스>가 잘못 보도한 내용이 있으면 그 내용에 대해 공격하면 된다. 매체 크기에 따라 다르다는 건, 전두환 대통령 때 건전 언론 육성한다고 언론 통폐합해서 작은 데는 다 합치라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언론중재법에 반대한다는데 언론 걱정하는 분인지 걱정된다. -2021년 9월 9일 KBS 1TV <더 라이브>에 출연한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 발언 중.

그는 또 자신의 의혹을 압박하는 세력을 향해 ‘내가 그렇게 무섭냐’고 호통 쳤습니다. 감정적이고 일방적 언사를 생중계로 본 국민들은 어땠을까요?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김건모뿐이고, 호통으로 성공한 사람은 박명수뿐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인터넷신문 기자로서,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그의 망언에 분노합니다. 오늘은 한국인터넷기자협회가 발표한 성명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투쟁!!


-윤석열 예비 후보의 인터넷 언론 종사자 모두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과 비하, 차별적 혐오, 모독 발언을 규탄한다!
- 언제든 인터넷 언론 제보자가 될 수 있는 국민에 대한 모독... 윤석열 공개 사과해야

인터넷신문과 종이신문의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는 전 세계적인 미디어 현상이다. 최근에는 언론과 SNS의 경계도 모호하다. 기성 언론은 별도의 인터넷신문으로도 등록돼 있고, 유튜브,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해 적극 자사의 뉴스를 알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메이저 언론’사와 ‘인터넷 언론’사를 차별적으로 나누고, ‘메이저’만 신뢰성이 있다는 윤석열 예비 후보의 극단적 발언은 시대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무지와 언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낸 말이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인터넷 언론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윤석열 후보의 미디어와 관계법령에 대한 무지와 인식 수준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인터넷 매체나 재소자, 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전 검찰총장 출신의 기득권 권력 윤석열 후보의 언론 차별과 혐오적 비하, 폄훼 인식의 극단적 단면을 보여주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윤석열 후보는 그 흔한 기자회견문도 없이 국회 소통관 기자들 앞에 서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말투,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윤석열 후보가 생각하는 ‘메이저’ 언론사가 아닌 ‘인터넷신문’ 기자들이 상당수 취재에 임하고 있었다. 윤석열 후보가 인터넷신문 기자들을 상대로 사실상 인터넷 언론이 신뢰성이 없다며 인터넷 언론을 ‘공작정치’의 유통소로 매도하는 취지의 호통을 친 셈이다. 그간 윤석열 후보에 대해 인터넷 언론이 혹독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댄 것에 대한 반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날 인터넷 언론에 대한 그의 적대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윤석열 후보의 이 같은 극단 발언은 헌법에 따른 언론·출판,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언행이다. 현행 ‘인터넷신문’은 신문법, 언론피해구제법, 공직선거법, 부정청탁방지법 등 언론 및 관계 법령에 의해 법상 규제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인터넷신문’은 대한민국 법률에 의거한 엄연한 법적 권리와 의무를 지닌 언론기관이다. 특히 인터넷신문을 신뢰성 없는 공작정치의 대명사 격으로 비하, 폄훼, 매도한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지난 2005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 표결로 제정한 ‘인터넷신문’에 대한 법상 정의와 규정, ‘인터넷신문’에 대한 언론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 현행 신문법을 전면 부정하는 발언이다.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우리나라 모든 인터넷신문 기자와 발행편집인 등 인터넷신문 종사자와 ‘인터넷신문’의 독자이자 언론 주권자인 국민 전체를 모독하는 망언이다.

유감스럽게도 국민의 힘 소속 윤석열 후보의 인터넷신문 부정 발언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권의 인터넷신문의 취재와 보도, 발행의 자유를 부정하는 3인 이하 인터넷 신문사 강제 폐간법(신문법 개정안) 강행을 생각나게 한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강행했던 신문법 개정안은 2016년 10월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음으로써 다시 한번 인터넷신문의 헌법상 언론․출판,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민적 권리와 대한민국 법률상 법적 지위를 명확히 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를 주지해야 한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윤석열 후보의 인터넷신문 차별, 비하, 매도 발언의 기저에 그간 검찰권력의 주류언론과 한 배를 타고 행해왔던 뿌리 깊은 ‘검권언유착’의 적폐가 도사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 같은 분석은 자당 모 대선 후보의 “검찰 조직을 믿고 큰소리치던 검찰총장 할 때 버릇 그대로”라는 비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검찰 시절의 강압적 태도와 버릇을 감추지 않았다. 제보자를 특정하며 “여기 있는 사람 다 알고 있다. 여의도 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라고 비난했다. 보호받아 마땅한 내부 고발자인 제보자, 특히 기자가 목숨처럼 지키는 제보자의 신원을 특정한 것 마냥 비아냥대는 것은 언론과 기자에 대한 모독을 넘어 언제든 내부 고발자, 제보자가 될 수 있는 국민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윤석열 후보는 인터넷 언론 종사자에 대한 무지와 차별, 혐오와 언론 제보자, 나아가 국민에 대한 모독을 사과해야 한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이 같은 언론 비하, 모독 발언이 나왔음에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국민의 힘과 윤석열 대선 캠프는 사과하고, 윤석열 후보의 왜곡된 언론관을 바로잡아 이 같은 극단적 망언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말길이자 언로인 인터넷신문을 차별, 폄훼, 탄압하는 정치인, 후보자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인터넷 언론 종사자들은 윤석열 국민의 힘 예비 후보의 인터넷 언론에 대한 왜곡된 언론관과 무지, 혐오적 극단 발언을 바로 잡고, 뿌리 깊은 ‘검권언유착’을 근절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1년 9월 10일 한국인터넷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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