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브런치 1년

선한 습관으로 자리 잡은 글쓰기와 고마운 독자들

by 류재민
60대가 된 보부아르는 습관이라는 시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늘 하던 것들을 계속했다. 글을 쓰고 읽었으며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음악을 듣지는 않았다. “하루의 리듬과 내가 하루를 채우는 방식,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나의 하루는 언제나 비슷하다. 하지만 나에게 내 삶은 전혀 침체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보부아르는 자신의 습관을 지배했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중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한번 몸에 배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떼어내기 힘듭니다. 거머리처럼 착 달라붙어 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나쁜 습관은 고치거나 버려야겠지만, 좋은 습관은 계속 유지하는 게 낫겠죠. 물론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업(業)으로 삼고 있는 기자입니다. 16년째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별안간 ‘다른 글쓰기’가 제 삶에 찾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지배하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한 지 1년 되는 날입니다.


약 170편(오늘까지 168편)의 글을 썼고, 구독자는 77명입니다. 누적 조회 수는 30만 건이 조금 넘습니다. 제가 사는 천안시 인구가 65만 명인데요. 대략 천안시민 절반이 제 글을 읽은 셈입니다.


지난 1년의 브런치 추억입니다.

1년 전 “딱 3년만 써 보라”는 아내의 권유에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3년이 언제 가나 했는데, 벌써 1년이네요. 브런치에 하루하루 글을 쓰다 보니, 기사와는 또 다른 맛을 느꼈습니다.

솔직히 기사는 제 밥벌이다 보니, 매일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써야 한다는 압박이 있거든요. 하지만 습관적 글쓰기는 날짜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부담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몰래 쓴 일기장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단어, 한 문장을 쓰면서 용기가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구독자 중에는 제 어머니도 계시고, 아내도 있어서요. 가족 이야기를 쓸 때는 ‘쓸까, 말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항상 제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면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두 오 여사께(어머니와 아내의 성이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글감 찾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출퇴근하는 KTX와 지하철, 버스 안에서, 산책로를 걸을 때, 커피숖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오늘은 무얼 쓸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간혹 브런치 인기 글에 선정되거나 다음 메인에 걸려 조회 수가 폭발할 때는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아, 이게 글쓰기의 묘미로구나’하는 쾌감에 며칠간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죠. 제가 브런치를 끊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입니다. 하하.


1년 동안 쓴 글은 크게 두 종류인데요. 하나는 기자 생활을 하며 보고 느낀 점이나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로 썼고요. 다른 하나는 소시민으로서의 일상을 일기처럼 서술했습니다.


그걸 묶어 지난 2월 난생 첫 에세이(‘나와 당신의 삶에 묻다’) 출간도 했습니다. 신나는 작업과 경험이었고, 예상외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러 플랫폼(교보, 알라딘, 예스24, 밀리의서재 등등)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지금 당장 구입 많은 관심 바랍니다. 하하하.


개그맨은 사람을 웃기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대부분 과묵하고 조용하다고 합니다. 밖에서 하도 말 많이 하고, 남들을 웃기려고 애썼으니 집에서는 쉬고 싶겠죠. 그보다 남을 웃기는 것이 ‘일’이기 때문일 겁니다. 생존을 위한 ‘먹고사니즘’과 휴식과 충전의 ‘여가니즘’은 다르니까요.

저도 그랬습니다. 종일 기사를 쓰고 퇴근하면 글은 쳐다보기도 싫었거든요. 그런데 하루 이틀 해보니 습관이 되었습니다. 헬스 중독자가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쑤신 것처럼 말이죠. ‘선한 습관’이라 다행입니다.


누구는 여러 번 도전했다는 브런치 작가를 한 번 만에 됐습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해 떨어져도 봤습니다. 조회 수와 구독자가 늘어나면 기뻐하고, 적으면 실망했던 지난 1년이었습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글에서 발견하며 사는 삶이 그리 나쁘진 않더군요.


한 번이라도 제 글을 읽어 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코로나 시국, 제 삶과 당신의 삶에 행복과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내일도 최선을 다해 쓰겠습니다.


p.s 브런치 작가 2년 차, 꿈이 생겼습니다. 브런치북 대상 도전입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멋지 구리구리한 제 사진과 기깔나는 작품을 전시하는 꿈이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브런치 작가 2년 차, 꿈이 생겼습니다. 브런치북 대상 도전입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제 사진과 책이 전시되는 날까지, 아자!!


[나와 당신의 삶에 묻다] e-book 판매처

*교보문고 링크

http://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

*<예스24 링크>

http://m.yes24.com/Goods/Detail/97294550

*<알라딘 링크>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263231497


*‘요즘 좋은’ 헤이즈 노래 한곡 띄웁니다.

영상출처:헤이즈 (Heize) -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In the Time Spent With You) MV - YouTube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