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보도가 ‘재난’이 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뉴스 소비자도 ‘불량기사’ 가려낼 줄 알아야
코로나 2년 차 추석입니다. 정부는 올해도 코로나 집단감염 우려로 귀성·귀향 자제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추석 전 국민 70% 1차 접종’ 목표를 달성해 그나마 다행입니다. 덕분에 지난해 명절보다는 모임 인원이 최대 8명으로 늘어났는데요. 명절 이후 또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쏟아질지 걱정입니다.
감염 발생률이 높은 젊은 층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져야 하는데요. 언론에서 자꾸만 뒤숭숭한 기사만 내놓고 있으니 불안해서 눈치만 보는 것 같습니다. 미룰 데까지 미뤄보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맞겠다는 겁니다.
저도 기자이지만, 관련 기사를 보면 백신 확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백신 접종 간격이나, 효용성, 부작용 우려를 전하는 언론 보도는 불안의 강도를 더 높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는 데 도움은 못줄 망정, 해(害)를 끼치는 보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국민과 국익에 하등 이로울 게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필요한 정보는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나 왜곡 보도로 국민 불안을 높이는 건 언론으로서 제 역할과 소명의식을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재난 보도 그 자체가 ‘재난’이 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백신 1차 접종 70%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뉴스를 봤는데요. 예로 든 몇몇 언론사의 제목만 봐도 어처구니가 하늘을 찌르고, 한심이 염장을 지릅니다.
70%까지 오는데 여러 난관이 있었습니다만, 언론 보도도 그 난관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1년 넘게 허송세월하고 이제부터 3년은 걸릴 거야… 그러더니, 4월에 접어들면서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내놓죠.
여러 종류의 백신을 확보하면서 1차 접종이 40% 이상 진행되자, 이번엔 2차 접종 늦는 걸로 공격합니다. 그러면서, 11월 집단면역 70% 달성은 어렵다는 기사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늦는 게 안타까우면 빨리 맞으라 할 것이지, 맞지 말라고 은근 불안감을 부추깁니다. -2021년 9월 17일 YTN 변상욱의 앵커 리포트 [뉴있저] '1차 접종 70%' 달성.. 최대 걸림돌은 언론보도?
어이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금방이라도 난리가 쳐들어올 것처럼, 무능한 정부는 어쩔 줄 몰라 손 놓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세상이 다 망할 것처럼 써놓더니요. 며칠 만에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슬그머니 꼬리를 내립니다. 태도가 확 바뀝니다. 야누스 같은 언론의 이중성은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 작태인지, 볼수록 한숨만 나옵니다.
우리가 놓쳐선 안 될 문제는 ‘원칙 없음’이다. 의도적으로 사실을 누락하거나 축소하고 왜곡하는 등 언론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채 특정 정치 세력을 옹호하는 행위. 이것이 바로 정파 저널리즘이 언론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 원인이다. 이 문제는 언론사의 자정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뉴스 소비자가 언론이 무엇을 누락하거나 숨기고 왜곡했는지 밝혀낼 눈을 가질 때만 해결될 수 있다. 조선일보도, 한겨레도 믿지 마라. 믿을 것은 오로지 뉴스 소비자의 눈뿐이다. -조윤호, <나쁜 뉴스의 나라> 40~41쪽.
공적 감시를 목적으로 주어진 언론의 힘이 제대로 쓰이는지를 어떻게 감시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언론이 보도한 내용에 대해 왜 그렇게 보도했는지, 기사가 편중된 의도를 갖고 한쪽 편을 드는 것은 아닌지 늘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현명한 독자와 시민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구본권 글, 안병현 그림 <뉴스 믿어도 될까?> 1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