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목이 ‘4흘’이 뭡니까, 쪽팔리게

기자 수준과 기사 신뢰 무너뜨리는 문해력

by 류재민

우리나라 상당수 청소년과 성인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활자보다 영상을 접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문화에 길들여졌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우리나라 만 18세 이상 성인의 기초 문해력 수준을 조사한 ‘3차 성인 문해 능력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요.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셈하기가 어려운 문해력 수준 1 이하의 ‘비문해 성인’은 4.5%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18세 이상 성인 인구를 고려하면 200만 1000여 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문해력의 국립국어원 정의는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입니다. 일상생활에 있어 기본적인 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여러분은 ‘이해’할 수 있으세요?

특히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은 크기 때문에 기자에게 문해력은 무척 중요합니다. 쉬운 예로 ‘4흘’ 논란이 있습니다. 기억하는 분들이 꽤 있을 줄 압니다. 지난해 8·15 광복절 때 있었던 일인데요. 8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되면서 토요일이었던 광복절부터 사흘간 연휴로 결정됐습니다.


그런데 각종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에는 때아닌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3일을 왜 ‘사흘’이라고 부르냐”는 겁니다. 어느 기사에는 ‘사흘’을 ‘4흘’이라고 보도하는 촌극까지 벌어졌죠. ‘사흘’을 ‘4일’로 이해한 겁니다. ‘사흘’과 ‘나흘’을 구분하지 못하다니 얼마나 황당합니까.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출처: EBS 당신의 문해력 中

어느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한 학생이 ‘가제’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랍스터”라고 대답했습니다. ‘임시 제목’을 뜻하는 ‘가제(假題)’를 도랑에 사는 ‘가재’로 혼동한 겁니다.


남 얘기라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솔직히 ‘가제’를 ‘가재’로 아는 기자도 적지 않을 테니까요. 저 역시 ‘성인 문해력 테스트’를 해 보니 맞은 것보다 틀린 게 더 많은 걸 확인하고 충격에 빠진 경험이 있습니다. 제 문해력이 그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EBS 특별기획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에서 성인 남녀 8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인 문해력 테스트’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성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문해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인 문해력 테스트’는 복약 설명서, 주택임대차 계약서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글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가늠하는 문제로 구성됐습니다. 테스트 결과, 참여자 883명의 평균 정답률은 55%에 불과했습니다.

[출처][언론인권센터 제3기 청년기자단] 그대의 문해력은 안녕하신가요?: 허위정보 척결을 위한 수용자의 노력/ 작성자: 언론인권센터

솔직히 ‘가제’를 ‘가재’로 아는 기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출처: EBS 당신의 문해력 中

기사를 보고 읽다 보면 오탈자와 맞춤법 오류를 종종 발견합니다. 그 순간 기사를 읽을 맛이 뚝 떨어집니다. 기사의 품질뿐만 아니라 기자의 자질마저 의심하게 됩니다.


혹자는 오탈자와 맞춤법 오류를 ‘애교’라고도 하는데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기사를 볼 때 ‘전문 기자’가 쓴 것이라고 믿고 보기 때문입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는 일은 하면 안 되겠죠.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선 책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써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들이 이해하기 편한 기사를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문해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옆 링크 눌러 테스트해보시고요. 설문조사 (google.com) 시간 날 때 아래 영상도 한 번 보세요.

*영상 출처: 당신의 문해력 - 1- 읽지 못하는 사람들 #001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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