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가 순두부찌개였다면, 심수봉은 연두부

추석 연휴 잔잔한 감동과 위로 전해준 특별한 콘서트

by 류재민

명절 때마다 TV에서는 특집을 내보냅니다. 대표적인 특집 프로그램은 개봉 영화 다시 보기죠. 추석 장사 씨름대회와 자웅을 다투는 명절 특집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맥컬리 컬킨’이 주연한 <나 홀로 집에> 시리즈가 단골이었는데요. 영화 전문 채널과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예전만큼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명절에는 가수 심수봉 씨가 26년 만에 연 단독 콘서트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KBS ‘2021 한가위 대기획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심수봉이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로 감동과 전율을 배가시키며 전 국민과 하나 된 시간을 가졌다. 그들의 꿈과 사랑을 담아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마음 같은 한가위 콘서트에 현재까지도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9월 20일 헤럴드 경제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43년 음악사+음악적 매력과 반전 응축> 중

평소 심수봉 씨 노래를 좋아했는데, 단독 TV쇼를 한다는 소식에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접고, 채널 고정했습니다. 데뷔곡 ‘그때 그 사람’으로 막을 올린 가인의 무대는 감동이 파도를 쳤습니다.


공연 준비를 위해 수개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화면을 보면서 ‘가요계 대모’로서 면모가 느껴졌습니다. 작년 추석에 인상 깊은 공연을 한 나훈아 콘서트와는 다른 매력이었는데요.


뭐랄까, 나훈아 콘서트가 얼큰한 순두부찌개였다면, 심수봉 콘서트는 아무 양념을 하지 않은 연두부 맛이었다고 할까요? 부드럽고, 담백하고, 촉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차분하고 낭랑한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습니다.


뒤늦게 안 사실인데요. 심수봉 데뷔에 나훈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심수봉의 유일무이한 음색을 단번에 알아본 사람은 나훈아였다. 1976년 남산 도쿄호텔 23층 스카이라운지에서 피아노를 치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심수봉은 나훈아가 손님으로 오자 '물레방아 도는데'를 선물했다. 그의 노래를 들은 나훈아는 바로 유명 음반사 사장 둘을 불렀다. "이 사람이 가수가 안 되면 누가 되나"라며 데뷔를 권유했다. 그러나 심수봉에게 가수는 로망의 대상이 아니었다. 무대 뒤 모습은 열악해 보였고, 10대부터 드럼과 피아노를 연주하며 재즈에 관심이 있었다. -2018년 5월 2일 KBS <심수봉 “통일되면 구순 어머니 북녘 고향에 가고파”> 중

나훈아가 지난해 콘서트 때 심수봉이 작사·작곡한 ‘비나리’를 불렀는데요. 올해 심수봉은 나훈아가 만든 ‘무시로’를 불러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국이여>와 <아리랑>을 부를 때는 실향민 어머니가 떠올랐는지 눈물을 흘렸는데요. 보는 저도 울컥하고 가슴 뭉클했습니다.

만 66세 가수가 현란하게 드럼을 치고, 젊은 래퍼와 컬래버를 하고, 청년들과 합창하는 모습은 벅찬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비대면 관객 1000명은 2시간 넘게 "심수봉"을 연호하며 흥을 만끽했고, 심수봉은 관객의 박수에 "꼭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엔딩 곡 <백만 송이 장미>를 부를 땐, 백만 송이 장미가 무대 위에 피어났습니다.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국민과 시청자들 가슴에 꽃을 활짝 피우게 한 피날레, 이런 게 바로 ‘특집’ 아닐까요?


연휴는 끝났습니다. 우리는 내일부터 다시 ‘삶의 현장’으로 나갑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지난날의 일상을 회복할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백만 송이 장미처럼 우리네 삶이 다시 꽃피는 날이 올 때까지, 힘내십시오. 저도 힘 나는 글과 기사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영상출처: [백만 송이 장미] "심수봉' 노래, 2021한가위 대기획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중에서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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