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하늘로 보내는 편지

부모님 살아계실 때 1억 선물해 보자

by 류재민

설과 추석은 우리나라의 양대 명절입니다. 흩어졌던 가족이 모이고, 만나지 못했던 친지들도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용돈을 받아 좋은 날입니다. 명절이라고 마냥 좋은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실향민, 고향이 있어도 가기 어려운 특수 직업인, 신세와 처지를 비관해 귀향과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들, 만나야 할 가족이 없는 이들까지.


그들에게는 마음 한 구석이 허해지는 날이 바로 명절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그런 축에 듭니다.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추모공원을 찾습니다. 3년 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뵙고 옵니다.

경찰서 흑백 CCTV로 사고 당시와 운명 직전을 보았습니다. 장례 이후 사고 수습에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심리적 충격은 여전하고, 불쑥불쑥 그 당시 일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추석이면 유독 그리운 아버지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고인의 목소리를 재현할 수 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고인의 생전 30초~3분 분량 음성 녹음본만 있어도 모든 문장을 합성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세상 정말 좋아졌습니다. 부모나 형제자매를 잃은 가족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신종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 이용될 수 있겠다는 우려도 듭니다.


기사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목소리를 들으면 어떤 심정일까.’ 돌아가신 분 목소리 들어야 달라질 게 뭐 있겠나, 싶겠다가도, 요즘처럼 아버지가 그립고 사무친 날에는 ‘목소리라도 한 번 들어 봤으면..’하는 맘이 듭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유독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들이 있다. 부모를 비롯해 가족·친지를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사람들이다. 부모님의 목소리로 칭찬받고 싶은 일도, “다 잘될 거다”라고 격려받고 싶은 일도 많지만 그럴 수 없다. 그나마 고인의 영상이나 통화 녹음본이 스마트폰에 남아 있다면 이를 몇 번이고 돌려 보거나 들을 뿐이다. -한국경제. 2021년 9월 17일. <“얘야, 난 하늘에서 잘 지낸다”.. 부모님 목소리에 ‘왈칵’> 기사 중.


출처: 한국경제 2021년 9월 17일 자

그런데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이나 든다고 하네요. 그렇게라도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돈이 마빡에 튀는 많은 분들은 고민할 일 없겠지만..)


천안 추모공원 한쪽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하늘로 보내는 편지’라고 적힌 안내 패널과 빨간 우체통이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추모공원 방문도 사전 예약을 거쳐 가능하고, 음식물 반입이나 제례실 운영은 금지합니다.

손편지 꾹꾹 눌러쓴 편지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보냅니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효도하세요.

비싼 돈 들여 목소리 잠깐 듣느니, 꾹꾹 눌러쓴 손편지를 써 보내는 게 아버지가 더 좋아할 것 같습니다. 부모는 하늘에서도 자식 걱정일 뿐일 테니. 1억은 살아계신 어머니한테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있을 때 잘해’라는 말처럼.

코로나 2년 차 추석입니다. 여전히 가족 모임이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께 용돈은 두둑이 드리지 못해도, 이 말은 꼭 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저는 제 목소리 편지에 담아 하늘로 부쳐야겠습니다. 오늘은 제 아버지 3주기 기일입니다.


싸이와 전인권 콜라보 <좋은 날이 올 거야> 신나게 들으시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영상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TDXQEPnwz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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