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 가을이 옵니다

여름이 코로나 좀 데려갔으면 좋겠다

by 류재민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들판에는 벼가 익어갑니다. 국화꽃 향기가 그윽합니다. 대추 알이 굵어지고, 밤이 여물고, 고추가 붉어집니다. 하늘은 점점 푸르고, 높아집니다. 저만치,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불볕더위와 열대야에 잠들기 어렵고, 습한 공기에 끈적끈적했던 날들. 하루에 샤워를 열두 번도 더 해야 했던 여름이 물러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 보면 계절의 변화는 참 신비롭고 신기하죠. 어쩜 그렇게 때를 딱딱 맞춰 찾아왔다 가는지 말이에요.


시골길 밤나무에 밤이 여물어가고 있습니다.
벼들은 제법 영글어 황금색 옷으로 갈아입는 중입니다.

그나저나 이 놈의 코로나는 2년이 다 되도록 떠날 줄 모르고 있습니다. 아예 확 눌러앉을 기세입니다. 도저히 꺾이지 않는 확산세에 올해 추석 명절도 풍성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가을이 오면 나아질까, 혹시나 한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나마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한다고 하니, 작은 희망이나마 걸어볼까요?


저는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추석 명절이면 일주일 전부터 설렜습니다. 아버지께서 3대 독자였고, 친척도 별로 없는데요. 그나마 제 또래인 고종사촌과 함께 놀 생각에 명절만 손꼽아 기다린 기억이 납니다.

사촌 형제가 집에 오면 개울가에 가 고기 잡고, 잠자리 잡고, 방아깨비와 개구리 잡으려 황금들판을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 개울 물에 바지가 젖고, 뛰다 넘어져 옷을 버리고, 어머니한테 꾸중을 들었던 유년 시절 말입니다. 명절이라 그런지 어머니의 꾸중은 짧았습니다.


태양초 고추가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대추나무에도 사랑이 걸리고 있습니다.

추석은 설과 함께 가족, 친지, 친구가 모처럼 모이는 우리나라의 양대 명절인데요.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에 그리움만 켜켜이 쌓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방역 기준이 좀 완화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되겠습니다.


전파력 강한 코로나와 싸움에서 이기려면 나부터 마스크 잘 쓰고, 거리 두기도 실천해야 합니다. 가는 여름이 코로나 좀 데려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서 우리 마음에 따뜻한 단풍이 물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서영은의 <가을이 오면>입니다.

*영상출처: 가을이 오면 - 서영은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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