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32시간째, 타이레놀은 먹지 않았다

막연한 불안과 공포는 ‘땡’, 근육통은 독서로 ‘딩동댕’

by 류재민

백신(화이자) 접종 32시간째. 어젯밤부터 주사 맞은 자리가 욱신거리고 뻐근하더니, 오늘 아침부터는 그 강도가 심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합니다.


접종 전 며칠 동안 했던 걱정과 불안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미리 사 둔 타이레놀도 아직 밀봉 상태입니다. 열도 나지 않고, 오한도 없습니다. 근육통이야 여느 주사를 맞아도 있는 증상이잖아요.


경과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진 괜찮습니다. 참말 다행입니다. 접종하고 잘못되면 어쩌나, 했던 공포는 많이 가셨습니다.


저에게는 훈장보다 값진 접종 증명서랍니다.

접종을 마치자마자 카톡으로 국민비서 ‘구삐’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부작용이 있을지 모른다는 ‘잔여 불안’에 잘 몰랐는데요. 몇 시간이 흘러 질병관리청이 발행한 ‘예방 접종 증명서’를 받았을 땐 벅찬 감정이 제주도 윗세오름부터 물결 쳐 왔습니다.

아, 드디어 맞았구나. 저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접종 하루 전, 지인에게 막연한 불안함을 토로했는데요. 오늘 아침, 그분이 저한테 안부를 묻는 카톡을 보내셨습니다. 저는 뻐근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글쎄 이런 답장을 보내주셨지 뭐예요.


‘거봐라. 넌 할 일이 많아서 50년은 귀신도 근처에 못 온다.’

힘이 되고, 고마운 메시지에 감동이 주문진 앞바다마냥 너울 거렸습니다. 이래서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라고 하나 봅니다.


어제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신간 「아처(The Archer)」를 샀습니다. 「연금술사」로 유명한 작가이지요. 몇 시간 만에 뚝딱 다 읽었습니다. 140여 페이지에 불과할 정도로 짧고, 그림도 많은데요. 일단 술술 읽혔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웬 책 이야기냐고요? 백신 접종 부작용인 근육통을 잊어보려고 읽은 책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몇 권 더 사서 후배 기자들에게 선물했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내내 묵직한 ‘울림’을 받았습니다. (못 드린 후배들에게는 정말 미안합니다. 차차 선물하겠습니다)


‘아처(The Archer)’는 우리말로 ‘활 쏘는 사람’ ‘궁사’라는 뜻인데요. 궁도를 걷는 길이, 마치 ‘정론직필’을 추구하는 언론과 흡사했습니다. 특히 저 같은 부족한 기자에게는 조언과 동시에 죽비로 날아왔습니다.


활을 쏘는 궁사는 ‘기자’ 요, 활과 화살은 ‘기사’ 요, 표적은 ‘독자’라는 생각이 가슴에 와 꽂혔습니다. 궁사가 활과 화살을 들고 표적에 정확히 쏘기까지 어떤 자세와 태도,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이렇게 짧은 책에서 그렇게 긴 여운을 받을 줄이야.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아처' 중.


화살은 의도다. 화살은 활의 힘을 표적이 정중앙에 전달한다. 의도는 명료하고 올곧고 균형 잡혀 있어야 한다. 한번 떠난 화살은 돌아오지 않는다. 따라서 발시에 이르기까지의 동작이 올바르지 않고 부정확했다면, 시위가 완전히 당겨졌고 표적이 앞에 있다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쏘기보다는 중간에 동작을 멈추는 편이 낫다. -파울로 코엘료「아처(The Archer)」중


오늘도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2천 명에 육박했습니다. 누적 사망자도 2천 명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1차 백신 접종률은 60%(57.7%)에 못 미치고, 완전 접종자는 30%대(32.7%)에 불과합니다.


백신 안정성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없다 보니 접종을 꺼리는 분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상 반응과 부작용 피해 사례도 많아 두려움과 불안에 떠는 분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정부는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부작용을 상세히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전달해 주기 바랍니다. 언론 역시 접종 거부와 기피를 부추기는 추측성 기사는 자제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밤만 지나면 근육통이 말끔히 사라지길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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