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생활자’의 고뇌를 눈곱만치라도 안다면

인세로 장난치는 ‘못된 관행’ 사라져야

by 류재민

저의 본캐는 ‘기자’, 부캐는 ‘작가’입니다. 두 캐릭터 모두 ‘글로 생활자’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데요. 기사나 에세이나 늘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마음으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작업의 연속입니다.


글쓰기로 밥 벌어먹는 사람이 그까짓 게 뭐가 어렵다고 엄살이야,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줄 압니다. 그런데요, 날마다 글을 쓴다고 결코 글쓰기가 쉬운 게 아닙니다.


신대륙을 찾아 헤매는 탐험가 정신으로 쌈박한 글감을 찾고,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기 직전까지 쓰고, 다듬고 고쳐 독자들 앞에 내놓은 과정은 고단함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쓴 글을 엮어 책을 만들기도 하죠. 하지만 일부 출판업계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 만든 책으로 장난질을 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 ‘90년생이 온다’를 쓴 임홍택 작가와 출판사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미 그전부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작품인데요. 작가와 출판사 간의 ‘이중계약’ 논란이 벌어진 겁니다.

사건은 대략 이렇습니다. 작가와 출판사가 지난 3월 출판 계약서를 썼고, 하루 뒤 정부지원사업을 위해 또 다른 계약서를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계약서의 전자책 인세가 다르게 표기되어 있었다는 건데요.


저도 지난 2월 출간한 전자책의 인세가 간헐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작가는 후자가 최종본이라는 입장이고, 출판사는 전자가 최종본이라고 주장하면서 부딪친 겁니다. 작가는 “계약서마다 다른 인세가 말이 되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는 ‘관행’이라고 맞섰습니다.

게다가 종이책 판매량을 살펴보다 인세를 누락한 부분을 발견했고, 출판사는 뒤늦게 지급했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저도 올해 2월 자가출판 플랫폼을 통해 전자책을 출간했는데요.


인세 정산은 아직도 복잡합니다. 교보문고나 예스24, 알라딘 등 업체마다 수수료 산정 비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책이 몇 권 팔렸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계좌로 돈이 들어오면 '왔나 보다' 합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승원 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시갑)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신규사업인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전산망)에 대해 작가들의 처우개선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실효성 없는 사업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중략)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문학 창작자 1,5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창작자 중 절반이 넘는 52.9%가 출판사로부터 판매내역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고, 이 경우 가만히 있는다는 비율이 64.1%라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36.5%는 인세를 '책이나 구독권 등'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0월 14일 김승원 의원실 국정감사 보도자료 중]


‘토머스 칼라일’은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역사가이며 비평가입니다. 그는 대표작은 《프랑스혁명》이란 책인데요. 출판과정에서 일화가 유명합니다. 그는 이 책을 쓸 때 집에만 틀어박혀 집필에만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공들여 쓴 수천 장의 원고를 가지고 지인이자 철학자인 ‘존 스튜어드 밀’을 찾아가 ‘빨간펜(검수)’을 요청했는데요. 밀이 원고를 보다 지친 나머지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은 채 침대에서 잠이 들었죠.


그 사이 서재를 청소하던 하녀가 어지럽게 널브러진 원고가 쓰레기인 줄 알고 난로에 넣어 모두 태워버렸지 뭐예요. 칼라일은 그 충격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공사장 앞을 지나다가 벽돌공이 묵묵히 벽돌을 한 장씩 쌓아 올리는 걸 보고 나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매일 한 페이지씩 다시 쓰기 시작하자’라고 말이죠. 다시 펜을 잡은 칼라일은 1837년《프랑스혁명》이란 대작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공 들여 쓴 첫 작품입니다. 관심이 구매로 이어지길 바라며.

이렇듯 작가가 쓴 한 문장, 한 문단, 한 편의 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창작물’입니다. 작가의 피와 땀과 혼이 깃든 작품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려 하면 쓰겠습니까. 때찌 벌 받습니다.


작가의 고뇌를 눈곱만큼이라도 안다면, 인세를 책이나 구독권으로 주는 ‘못된 관행’은 사라져야 합니다. 작가는 배가 고파야 한다는 건 이제 옛날이야기입니다. 배고프면 굶어 죽습니다.

작가도 먹고살아야 글도 쓰고, 걸작도 만드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쓴 전자책《나와 당신의 삶에 묻다》도 많은 애정 바랍니다. 구걸이 아니라 구매 요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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