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브런치에는 정치 이야기는 안 쓰려고 했는데요. 돌아가는 판을 보다보다 답답해서 좀 쓸까 합니다. 제목만 보고 ‘윤석열 때리기’라고 감 잡으신 분들은 그냥 창을 닫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매우 불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어지간히 참을성이 있는 분이나, 그동안 제 글이 막돼먹은 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더 읽으셔도 되고요.
시작하겠습니다.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습니다. 소위 ‘신정아 사건’이었죠. 당시 동국대 교수였던 신정아 씨가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미술계와 대학가, 종교계까지 여파가 확산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는데요. 당시 신 씨는 30대 나이에 그 유명했던 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으로 선정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한 방에 훅 갔죠.
십수 년이 흘렀지만, 비슷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두 해 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표창장 위조에 민심이 어땠는지 다들 아시죠? 공교롭게 신정아와 조국 자녀 사건 모두 윤석열 후보가 검찰 재직 시절 직접 수사하거나 지휘했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윤석열 후보 자신이 비슷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경력 의혹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시끄러운 대선판은 더 시끄러워졌고요.
‘공정’이란 단어는 이미 시대의 이슈로 자리 잡은 지 오랩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정유라·조민 사태를 거치면서 ‘허위 학력’에 눈곱만큼의 아량과 털끝만큼의 선의를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1. 12. 16 jtbc 뉴스 영상 갈무리
문제는 그런 엄청난 ‘행각’에도 당당한 태도에 있습니다. 궤변에 가까운 해명부터 대수롭지 않다는 후보자와 선대위의 반응, 억지춘향식 사과는 문제의식은커녕 ‘공감 능력’에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이 나라 취준생들은 이력서에 한 줄 더 쓰려고 얼마나 ‘노오력’ 하고 있는데요. 또 그들의 부모는 자녀의 취직을 학수고대하며 뒷바라지에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그런 걸 ‘대수롭지 않음’과 ‘사과할 의향’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사람과 집단이 대통령이 되고, 영부인이 되고, 국정을 책임지겠다니. 아직도 사과는 개에게나 주는 줄로 착각하나 봅니다.
영부인이 되면요. 청와대 제2부속실 지원을 받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여러 가지 공적 활동도 해야 한다. 대통령 해외 순방도 같이 가서 국위를 선양해야 합니다. 당연히 검증의 대상이고, 책임의 소재가 있다면 응당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선이 석 달도 안 남았는데, 김 씨는 후보 배우자로서 공식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기자는 기사에 윤 후보 배우자 자료사진 한 장 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에선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면서 뒤로는 그것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며 엔딩 크레딧만 올라가길 바라고 있는 ‘블랙코미디’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