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목숨이 개처럼 끝나는 시대, 제발 멈췄으면

노동자는 일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by 류재민
새해 첫날 새벽, 경기 안산의 골판지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40대 노동자가 크게 다쳐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일 오전 4시 30분께 안산시 단원구 한 골판지 제조공장에서 박아무개(43)씨가 대형 기계 사이에 끼었다. 이 사고로 박 씨는 머리와 팔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한겨레》2022년 1월 1일 보도 중

새해 벽두 첫 기사가 ‘인재사고’로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인재가 반복되고도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이런 뉴스를 봐야 할까요. 얼마나 지나야 조금의 변화가 생길까요.


사고 발생 시각이 새벽이라면, 전날 야간 근무를 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는 어쩌면 가족과 새해맞이는 못했어도, 아침밥은 같이 하려는 맘으로 피곤한 몸을 부여잡고 버텼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차가운 쇳덩이가 자신의 몸을 짓눌렀을 때 그는 가족부터 떠올렸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고인의 나이가 저와 같네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따뜻하고 행복할 거라고 믿었던 새해는 비참한 생의 마감으로 저물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2019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을 기억합니다. 지난달 7일 ‘김용균 3주기 추모제’가 열렸는데요.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김 씨처럼 일하다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 주장을 담은 거죠.

태안화력발전소 정문에 세워진 고(故) 김용균 씨 동상.
노동자들은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었다. 20대로 보이는 한 청년은 김 씨 얼굴과 글이 새겨진 팻말을 바라만 봤다. ‘나도 김용균처럼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품고 있는 듯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발전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위험의 외주화 금지’ 등이 적힌 팻말들도 눈에 띄었다. 김 씨가 사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김 씨의 한 동료는 “용균이를 보내고 난 뒤 바뀐 것이라고는 또 다른 프로젝트 계약직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지속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2021년 12월 7일 《디트뉴스 24》<“변한 건 없다” 故김용균 3주기 추모제 기사> 중
노동자를 돈 벌기 위한 기계로 취급하며, 맘 아프고 속 터지는 이런 뉴스를 언제까지 볼 건가요.

사용자(기업주)와 법은 노동자에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지켜가며 일하라고 합니다. 노동자들은 이를 지키면서는 작업량을 다 못 채우기 일쑤입니다. 안전수칙 등이 비현실적이라 스스로 어기고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사고가 나서 죽으면 회사는 얼마 안 되는 돈을 목숨 값으로 때우려 듭니다. 노동자를 돈 벌기 위한 기계로 취급해 벌어지는, 이런 맘 아프고 속 터지는 뉴스를 언제까지 볼 건가요.


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독일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아니라, ‘기업살인법’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생목숨이 개처럼 끝나는 시대, 이제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이 씨든, 윤 씨든 대통령이 되면 이런 환경을 확실하게 끝낼 사람을 선택합시다. 제발, 사람이 먼저입니다. 새해 첫날 가족들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새해에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훈 작가는 2020년 5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합동분향소 조문을 다녀와 《한겨레》 칼럼에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는 왜 넘어진 자리에서 거듭 넘어지는가. 우리는 왜 빤히 보이는 길을 가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도루묵이 되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우리는 왜 그런가.” 류재민 에세이『세상은 오늘도 당신 편입니다』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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