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그럭저럭 살 만합니다

‘나혼족’보다 ‘4인 가구 가장’이 행복하다

by 류재민

며칠 전 ‘나혼족’이 겪는 가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를 보았습니다. 서울 신림동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20대 후반 카페 아르바이트생 ‘김 씨’의 가계부를 다뤘습니다. 김 씨는 하루 8시간(주 40시간)에 주휴수당까지 한 달에 191만4440원을 번다고 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가구·주택 특성 항목’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월세로 거주하는 가구는 273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41.2%를 차지합니다. 지난해 1분기(1~3월) 전국 청년(30세 미만) 1인 가구는 주거비로 월평균 31만5534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책정한 청년 1인 가구 월평균 식비는 50만2000원.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의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7077원이었으니, 대략 하루에 김치찌개로 두 끼를 해결하고, 라면을 한 번 끓여 먹으면 평균 식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외식 물가는 지난해부터 계속 급등하는 추세예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4.8% 올라 10년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어요.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갈비탕(10%) △김밥(6.6%) △라면(5.5%) △김치찌개 백반(4.2%) 등이 줄줄이 올랐습니다.
교통비와 핸드폰 비도 필수 지출이죠. 대중교통비는 월평균 13만6000원, 핸드폰과 인터넷 등 통신비용을 합하면 12만3000원 정도입니다. 여기에 관리비(7만원)와 각종 문화·오락 비용(14만1566원), 평균 저축액(31만 원)을 제외하면 김씨에겐 12만2084원이 남네요.
재작년 기준 1인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132만 원이라는데 김씨가 순수하게 저축할 수 있는 돈은 10만 원 남짓입니다. 2022년 1월 8일 《머니투데이》‘월세 -31, 밥값 -50…통계로 본 최저임금 김 씨의 한 달 영수증’ 기사 중
출처: 머니투데이 2022년 1월 8일 기사.

이렇게 먹고살면 언제 돈을 모을 수 있을까요?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엄두나 낼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 10월 기준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을 포함한 서울 전체 평균 집값은 8억9216만원이라는데요. 김 씨처럼 연봉 2400만원 이하 월평균 저축액은 31만원이라고 합니다. 239년을 저축해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입니다. 그마저 239년 이후 물가 상승률을 적용하면, 그 이상의 기간이 더 필요할지 모릅니다.

나아가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1인 사회로의 분화를 넘어 가족의 해체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사람 구실’이라는 게 결국 누군가의 엄마 아빠 아들 딸이라는 관계 역할을 하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그게 희미해지는 겁니다.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58쪽


그렇게 보면, 저는 아직 그럭저럭 살 만합니다.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아이 둘이 있으니까요. 4인 가구 가장의 삶이 ‘김 씨의 삶’보다 조금은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요. 제 아들과 딸이 커서 청년이 되었을 땐, 김 씨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갑자기 섬뜩해지는 기분은 뭐죠.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위해 부지런히 벌어야겠습니다. 마침 내일이 올해 첫 월급날이네요. 일단은 아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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