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재산 순이 아니잖아요

욕심부리지 말고 ‘나’에게 투자하세요.

by 류재민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

1943년에 발표된 가요 ‘빈대떡 신사’의 한 소절입니다. 8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국민들 사이에 유명한 노래입니다. 노래가 나온 당시는 해방 직전이었는데요. 그때도 돈이 있고 없음에 따라 신분과 계급이 구분됐나 봅니다. 1세기가 지나고 있어도, 우리는 여전히 ‘그놈의 돈’ 때문에 울고 웃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돈이 많다고 행복할까요? 부자나 재벌은 아무 걱정 근심 없는 인생을 살고 있을까요?

저는 ‘No’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지만, 재산 순도 아니니까요. 돈이 없으면 요릿집에 가지 않고, 집에서 빈대떡만 부쳐 먹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먹는 집밥이 무궁화 다섯 개짜리 호텔식보다 더 맛있지 않을까요? (저는 진짜 돈이 없어 호텔 뷔페는 꿈도 꾸지 않습니다.)


‘나혼족’이라도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종교활동을 하거나, 혼자만의 여가를 즐기며 ‘소확행’을 즐긴다면, 그것만큼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도 없겠죠. 돈이 생기면 나 자신에게 투자하세요. 어렵게 번 돈을 불려보겠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주식에 손을 대거나 비트코인에 넣었다가 낭패 보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보거든요.

국회미래연구원 '2021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결과' 보고서 중.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계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가 낮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세계 10대 강국으로 불릴 정도지만, 행복도 순위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2021년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160여 개 나라 중 50위였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전반적인 행복감이 10점 만점 중에 6.56점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한 해 전(2020년) 조사 때 기록한 6.83점보다 낮은 점수였습니다. 여기에는 전반적인 행복감은 물론 삶의 의미,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 영역별 만족도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요.

국회미래연구원은 “소득 감소와 사회적 관계 위축 등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라 일어나는 부정적 현상이 행복의 감소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사회적 취약 집단이나 계층의 행복 감소폭이 더 컸다. 예컨대 노인, 저학력층, 저소득층, 불안정 고용자, 1인 가구, 세입자, 기초수급자, 다문화 가정 등의 행복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소득 형태별로는 임금노동자가 자영업자보다, 고용 형태별로는 상용노동자가 임시 및 일용노동자보다 행복감이 높았다. 소득 수준별로는 가구 소득이 많아질수록 행복감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다가 월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 해 전과 비교하면 소득이 적을수록 행복 감소 폭이 컸다.
8가지 생활 영역별로 물어본 만족도에서는 건강이 6.5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인관계, 안전감, 동네환경, 생활수준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도 모든 영역이 전년에 비해 모두 0.2~0.5점이 떨어졌다. 2022년 2월 8일 《한겨레》 ‘한국인 행복감, 모든 지표가 떨어졌다’ 기사 중

2022년 2월 8일 자 <한겨레> 보도 중

덴마크는 OECD 국가 중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가운데 한 곳입니다. 이 나라는 행복의 근원을 ‘휘게(Hygge)’ 문화에서 찾는다고 하는데요. 아늑하고 기분 좋은 상태, 가까운 사람들과 소박한 일상을 중시하는 생활방식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부자가 되면 고급 주택에서 살고, 고급 차를 타는 것을 꿈꾸는데요. 덴마크인들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더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우리와는 가치관이 정말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친구의 나라는 행복의 비결을 ‘휘게’ 문화에서 찾는다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아주 근사하고 멋져. 우리나라도 한때 대선에 도전했던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선거 구호로 내놔 화제가 된 적 있었지. 현실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신했던 기억이 나. 우리 사회는 휘게는커녕 ‘등골 휘게’ 일만 할 뿐이지. 류재민 『오늘도 세상은 당신 편입니다』 17쪽

우리는 언제쯤 덴마크나 북유럽의 복지국가처럼 안분지족, 안빈낙도, 유유자적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다음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그런 나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에이, 대선 후보들을 떠올리니 행복감이 뚝 떨어질 것 같네요. 그만 자야겠습니다. 굿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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