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법은 음주운전을 막지 못했다

만인이 평등하지 못한 법 앞에서

by 류재민

저는 올해 초 출간한 에세이 『세상은 오늘도 당신 편입니다』에서 ‘윤창호 법(法)’을 언급했습니다. 이 법은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는데요. 당시 스물두 살 군인이었던 윤 씨는 휴가를 나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이 법은 음주운전을 2번 이상 했을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인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는데요.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헌재는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2번 이상 걸리면 가중 처벌하는 건 지나치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10년 전 음주운전으로 걸렸는데, 법 시행 이후 걸린 걸 포함해 2번으로 따지는 건 법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윤창호 법의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됐습니다. 『세상은 오늘도 당신 편입니다』 12쪽

저는 같은 해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기 4일 전입니다. 가해자가 음주운전 차량은 아니었지만, 도로변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한 이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음주운전 사고에 선의를 베풀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윤창호 법의 완화된 법적 조항으로 10명 중 7명이 감형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입맛이 쓰다 못해 밥맛도 없더라고요. 이럴 거면 법은 왜 만들었을까요?

2022년 4월 1일 서울신문 <‘윤창호 법 위헌’ 후폭풍… 음주운전 상습범 70% 감형됐다> 중
엄벌 근거 조항이 효력을 잃게 되면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던 사건에서 공소장 변경·재심 청구를 통해 감형이 잇따르는 것이다. 음주운전 상습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경각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중략) 사망사고를 내거나 뺑소니를 한 음주운전 사범이 감형되는 사례도 빈번했다. 경남 밀양에 사는 B씨는 2017년 음주운전 전과 이후 2년 만에 다시 무면허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운기를 모는 70대 노인을 화물차로 치었다. 노인은 병원으로 옮겨진 지 1시간 만에 숨졌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위헌 결정이 나면서 재심이 개시됐고 징역 3년 3개월로 감형됐다. 2022년 4월 1일 《서울신문》 <‘윤창호법 위헌’ 후폭풍…음주운전 상습범 70% 감형됐다> 중

윤창호 씨가 이 기사를 봤다면, 지하에서 대성통곡할 노릇입니다. 이 법을 통과시킨 정치권은 어떨까요?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심사 기준에 윤창호 법을 넣기로 했는데요. 참 가관입니다. 관련 기사 한 번 보시죠.


당 지방선거기획단은 지난 3일 회의를 통해 음주운전 공천심사 기준을 ▲ 15년 내 3회 이상 ▲ 10년 내 2회 이상 ▲ 윤창호법(2018년 12월 18일) 이후 적발자로 정했다. ‘윤창호법 이후 적발자’란 기준은 이번 지방선거가 해당 법 시행 후 진행되는 첫 지방선거인데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어 새롭게 신설된 내용이다. 문제는 ‘15년 내 3회, 10년 이내 2회’라는 기준이 기존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중략)
당 관계자는 “음주운전이 지금만큼 사회적 지탄 대상이 아니던 때가 있었다”라며 “먼 과거의 일까지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단 의견이 있었고 국민의힘의 기준(15년 내 3회, 윤창호법 이후 적발자)도 참고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서 논란이 됐던 4회 음주운전자, 3회 음주운전 전력 구청장 등의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 자체는 제재 대상에서 벗어났다. 2022년 4월 5일 《오마이뉴스》<음주운전 4회도 결국 통과, 민주당 공천기준 제자리걸음> 중

가중 처벌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선 먼 과거 일까지 소급 적용하는 게 가혹하다고요? 게다가 국민의힘도 그렇게 했다고요? 이게 무슨 말입니까, 막걸리입니까. 민주당이 180석의 거대 의석을 갖고도 왜 지난 대선에서 졌는지 알 것 같습니다. 깨지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니, 지방선거까지 말아먹을 기세입니다.


우리는 학창 시절 ‘만인은 법 앞에 평등’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어떤 법은 절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습니다. 윤창호 법은 음주운전 사고 예방도, 강력한 처벌도 하지 못했습니다. 김용균 법이 제2의 김용균을 지키지 못하는 것처럼.

오늘도 어느 장례식장 빈소에서는 비명에 간 가족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산자의 억울한 곡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고인의 명복만 빌 따름입니다.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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