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은 아직도 우크라이나에 있습니다

전 세계가 경악한 민간인 학살과 전쟁의 참극

by 류재민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 심리적 거부감부터 듭니다.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과거 역사 때문입니다. 일본은 35년 동안 조선과 대한제국의 주권과 국권을 모두 빼앗았습니다. 그들은 강제 징용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같은 성 착취도 일삼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정한 사과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툭하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곱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일본과 같은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북한보다 더 북쪽에 있는 나라 ‘러시아’입니다.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아직도 전쟁 중이냐고요? 네, 벌써 40일이 지났습니다.


러시아군의 무분별한 포격과 총격에 민간인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손을 뒤로 묶인 채 총살당한 시신, 고문의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그동안 러시아 국방부는 민간인 학살 의혹을 부인해 왔는데요. 하지만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시각 4일 공개한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뒤 집단 매장 터와 많은 시신이 발견된 부차에서 최소 3백여 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다며 브로댠카와 다른 도시의 희생자 수가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4월 5일 KBS 뉴스 <젤렌스키 “브로댠카 등 학살 규모 부차보다 클 수 있다”> 중
2022년 4월 4일 YTN 뉴스 영상 갈무리

전 세계는 경악했습니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혹은 민간인 학살만이 아닙니다. 러시아군이 집단 성폭행을 비롯해 총으로 위협을 가하거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자신들을 보호할 무기로 콘돔과 가위를 집어 들었다고 합니다. 구급상자보다 피임 도구를 먼저 챙겼다는 보도를 접한 저는 큰 충격과 분노에 빠졌습니다.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어떻게 21세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국민은 이런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요? 알면서도 자국의 군대가 남의 나라를 침공해 무자비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걸까요?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판에 나섰는데, 왜 모른 척하고 있을까요? 참, 어이가 하늘을 찌릅니다.

러시아 태생으로 2001년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교수를 아시나요? 지금은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그는 2020년 출간한『미아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출신국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의 러시아 정권이 물러나기를 바라지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레바다(Levada) 여론조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나발니(Alexey Navalny)에 대한 ‘독살 시도’를 믿는 러시아 국민은 25퍼센트에 불과하고, 푸틴을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59퍼센트입니다. 푸틴이 반서방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러시아 사회에서 ‘민’들도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으며, 푸틴 지지층의 상당수는 국가적 재분배와 직접 관련된 부문(교육, 행정, 군수 공업, 군 등 국가 폭력 기관)에 종사하거나 공공 연금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 정권과 그 후계 정권이 아마도 수십 년간은 버티리라고 봐야 합니다. 대단히 아쉽지만, 현실은 현실로 직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80쪽


2022년 4월 4일 YTN 뉴스 영상 갈무리.

시대를 떠나 지구촌에서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될 일입니다.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사상자 발생이 불가피하니까요. 내 형제와 부모, 연인, 이웃이 아무 이유 없이 끌려가고 고문당하며, 죽을 수 있습니다. 사랑받고 곱게만 자라야 할 어린아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요. 부모 형제를 잃고, 전쟁고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에 비하면, 코로나 자가키트에 두줄 나오면 어쩌나하는 가슴졸임은 연양갱 수준입니다.)


부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처럼 되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부모와 가족을 잃은 실향민이 매우 많습니다. 분단국의 비애를 느끼면서 이제나저제나 얼굴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갈망하다 세상을 뜬 분들도 그 수가 엄청납니다. 그런 고통의 역사를 되풀이해선 안 됩니다. 저는 20년 전에 다녀온 군대를 다시 가기 싫습니다. 예비군, 민방위도 끝나 총 쏘는 법도 잊었습니다.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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