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산책로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있으면 꽃은 어떻게 저 고운 빛깔과 향기를 제 몸속에 갖추고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되고 이내 감탄하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다 보면 우리도 하나의 꽃나무요, 우리의 몸과 마음속에도 각양각색의 꽃과 향기가 들어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문태준 산문 『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 15쪽
잔발을 멈출 수 없어 발의 개수는 무수해졌고
발을 쓸 수 있는 방은 더 좁아졌다
안전한 뜰채를 든 인맥은 처음부터 없었다
알고 지낸 사람들은 눈동자로만 요약되어 창을 가득 메우고
뒷주머니까지 뒤집어 보여준 훤한 일상들
이미 등은 가파르게 휘어
새우의 발놀림을 멈추게 하는 게임은 없다
혼자만의 시간은
중독성 있는 물소리로 흘러
뚜껑이 열리면 더 깊은 어둠으로 튀어오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