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 저녁입니다. 일찍 집에 들어와 가족들과 오붓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진수성찬까진 아니어도 4인 가족의 수저는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이쪽 반찬 한번, 저쪽 반찬 한번, 밥 한 번 입에 밀어 넣고 국물 한 숟가락 떠먹고. 하루의 피곤이 싹 날아갑니다. 밥이 보약입니다.
큰 딸아이가 “밥이 뜨거운데, 맛있어”라고 합니다. 갓 지은 밥이라 잘 넘어가나 봅니다. 수다쟁이 초1 아들은 오늘 저녁에도 정신없습니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릅니다. 이러다 또 꼴등 하겠습니다.
복작복작 저녁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요? 무슨 말 끝에 딸아이가 “나 어렸을 때 누가 아기 띠 업고 다니던 사진 본 거 기억나”합니다. 제가 말합니다. “엄마 아니면 아빠겠지.” 딸이 “맞아. 아빠 배 위에 엎드려서 자던 거”랍니다.
아내가 거듭니다. “엄마 아빠도 너희를 잘 만났지만, 너희도 엄마 아빠 잘 만났는지 알아. 서로 고마워해야 해. 훈이는 누나 있어서 고마워야 하고, 누나도 동생한테 고마워해야 해.” 그랬더니 딸과 아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고마워”하며 배시시 웃습니다.
어느 식사 자리에서 들었던 얘기가 문득 떠오릅니다. 아들 하나 딸 하나인 집은 금메달, 딸만 둘인 집은 은메달, 아들만 둘인 집은 ‘목메(매)달’이라고요. 웃자고 한 소리였는데, 어느 정도 일리도 있어 보이더라고요. 금메달 집이라는 소리에 기분도 좋았고요.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 있잖아요. 자기가 갖지 못한 걸 가진 사람이 부러워서 하는 소리겠지만, 지금 자기가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나중에 키워놓고 보면 목메달 집 형제가 부모에 효도는 더 잘할 테니 서운해 마세요.
출처: 픽사 베이
저에겐 두명의 여동생이 있습니다. 삼 남매가 연년생이라 어릴 땐 다투기도 많이 했지요. 조용했던 막내 동생과는 그렇게 부딪치진 않았지만, 한 살 터울 큰 동생과는 바람 잘날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둘 다 시집가서 큰 동생은 금메달 집입니다. 막내 동생은 딸만 하나입니다.
같은 천안에 살면서도 자주 만나 밥도 먹고, 아이들끼리도 어울리게 해 줬으면 좋으련만, 오빠가 못난 탓에 늘 마음뿐입니다. 저녁 설거지 마치면 동생들한테 문자라도 보내야겠습니다.
아내가 한마디 더 합니다. “이렇게 한 식탁 위에서 저녁을 먹는 것도 고마워해야 해.” 맞습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아파서 병원에 있으면 이런 시간은 꿈도 못 꿀 일이지요. 맞벌이 집도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을 먹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오늘 같은 불금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변변치 않은 반찬이지만, 금세 뚝딱 한 그릇 먹고 다 함께 외칩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곡은 자두의 ‘식사부터 하세요’입니다.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lhceyGiZX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