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미친 물가에 카드값만 쌓이고

by 류재민

어릴 적, 어머니께서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땐 세상 물정 모르고, 돈 씀씀이도 몰랐을 때니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요. 4인 가구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가장이 되고 보니까요. 그 시절 어머니 말씀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새삼 더 절실하게 와닿습니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른 것 같습니다. 통장은 가볍고, 카드값은 쌓이니 한숨만 태산이네요. 커피 한 잔, 외식 한 번, 극장 관람도 부담이 되는 나날입니다.


어디 저만 그럴까요? 물가는 치솟고, 경제는 바닥을 치는데, 살림살이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니 참 걱정입니다. 올해 여름휴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벌써 막막합니다. "가족 4명이 불고기랑 냉면을 먹었더니 44만원이 나왔다"는 어느 기사 제목을 보면서 쓴 웃음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 외식비 가격 동향에 따르면 김밥·자장면·칼국수 등 점심 메뉴 가격이 올 들어 3~8% 올랐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16%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5월 5,385원이었던 자장면 평균 가격은 올해 1월 5,769원, 5월에는 6,223원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1년 사이 18% 뛴 셈입니다. 냉면과 칼국수도 1년 새 10%가량 올랐습니다.


축산물 품질평가원이 발표한 지난 14일 기준 삼겹살 100g당 소비자 가격은 2,927원으로 1년 전 2,556.8원보다 14.5%가량 올랐습니다. 수입 삼겹살 역시 100g당 1,320원에서 1,468원으로 11.2% 올랐습니다. 냉동 대패 삼겹살도 못 사먹겠어요.

날이 갈수록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가 가벼운 취업 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은 ‘식비’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외식 물가 지수는 전년 대비 7.4% 올랐다. 단골 점심 메뉴인 자장면, 김밥, 돈가스 등은 각 10.4%, 9.7%, 8.1%가 올랐다.
취준생들이 자주 보는 시험인 ‘토익 스피킹’ 가격도 내달 2일 정기시험부터 기존 7만 7천 원에서 8만 4천 원으로 인상된다. 지난 2012년 이후 10년 간 응시료를 동결하고 있다가 최근 물가 상승과 지속적인 시험 비용 증가를 버티지 못하고 시험료를 인상한 것이다. 인터넷 강의 서비스 역시 기존 환급 상품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2022년 6월 15일 이데일리 <시험 응시료에 식비까지…취준생 울리는 물가 상승> 중

코로나 거리 두기가 풀리면 좀 나아지겠지 했던 상인들도 여전히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재료비 상승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데, 손님들 발길 끊어질까 걱정이니까요. 정말이지, 차에 기름 넣기도 무섭습니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가 연간 4.7%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2.2%)보다 2.5% 포인트 대폭 상향 조정한 수치인데요. 정부가 거시경제 전망에서 물가상승률을 4.0% 이상으로 제시한 건, 2011년 말(4.0%) 이후 약 11년 만이라고 합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 홈페이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 회복세도 확대되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인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 주요 생산국 수출 제한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미국이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제2의 외환위기(IMF)’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와 공포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죠.


허리띠를 졸라매도 하루하루가 팍팍한 게 서민들의 삶입니다. 불과 석 달 전, 가깝게는 몇 주 전까지 “민생과 경제를 살리겠다”라고 한 분들은 지금 뭘 하고 있나요? 여기저기서 난립니다. “민생 경제 살릴 때 기다리다 내가 먼저 죽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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