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부모의 어리석은 판단과 선택에 소리 없이 진 꽃

by 류재민

바닷속에 가라앉았던 차가 끌어올려집니다. 거꾸로 뒤집힌 자동차는 크레인에 끌려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차 안에서는 실종됐던 조유나 양과 부모가 발견됐습니다. 숨진 채.


아니길 바랐지만, 바람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끝내 차가운 물속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겨우 열 살, 아이는 부모의 어리석은 판단과 결정에 꽃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지고 말았습니다. 저기, 소리 없이 지는 한 점 꽃잎처럼.


자식 키우는 부모라면 다 같은 마음일 겁니다. 어린 딸을 생각해서라도 죽을힘을 다해 살지 그랬느냐고. 그저 허망하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비도 오고,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하고, 우울한 밤입니다.


2022년 6월 29일 MBC 뉴스 영상 갈무리.

조 양의 부모는 지난달 1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5월 19일부터 6월 15일까지 제주도로 교외 체험학습을 떠나겠다는 신청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조 양이 정해진 기간을 지나도 등교하지 않자 학교에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 양 부모가 빚에 시달렸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부모의 극단적인 선택에 초3 어린이는 찍소리도 못하고 떠났습니다.


CCTV에서 축 늘어진 채로 엄마 등에 업혀 펜션을 나오던 조 양을 보면서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학교에서 조금만 더 일찍 확인했더라면, 전화라도 한 통 해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미련으로 남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교외 체험학습 때 학생 관리 방안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단 영상회의에서 17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에서 체험학습 중 학생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시도별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추가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초 담당자 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후 제도개선 추진 상황을 다음 달 중 공유할 계획이다. 2022년 6월 29일, 서울신문 <조유나 가족 실종에…교육부, 체험학습 학생관리 강화 요청> 중

이렇듯 우리나라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능합니다. 꼭 무슨 사건 사고가 터진 뒤에야 대책이 나옵니다. 외양간도 제대로 못 고쳐 얼마 안 가 또다시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일쑤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왜 꼭 건물이 무너지고, 배가 가라앉고, 어린이를 폭행하거나 학대하고, 음주 사고로 사람이 죽어야 ‘관심’이라는 걸 보일까요? 광주 아파트 붕괴가 그랬고, 세월호가 그랬고, 정인이가 그랬고, 윤창호가 그랬던 것처럼.


유나 양. 어른들이 미안합니다. 부디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 만나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기를. 제주의 멋진 경치 구경과 맛집도 여기저기 다녀보기를. 다시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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