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국민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해 존재한다
하늘에 구멍이 난 모양입니다. 어쩌면 비가 이렇게 내릴 수 있을까요? 사흘 전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산이 무너지고, 도로가 잠기고, 가로수가 뽑히고, 전기가 끊기고, 가축이 떠내려갑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다치고 죽는 인명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호우로 서울·경기·강원에서 16명이 사망·실종되고 이재민 398세대 570명이 발생했습니다.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한 인간 세상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폭우 피해가 ‘주거 약자’에게 집중됐다는 겁니다.
반지하에 살던 장애가 있는 일가족 3명이 차오른 빗물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습니다. 역시 반지하에 거주하던 50대 기초생활수급자 1명도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컨테이너에서 자고 있던 중국인 이주노동자는 산사태로 토사물이 덮치면서 몸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이처럼 집중호우만 발생하면 쪽방 등 취약 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020년 3월 발표한 ‘(반) 지하 주거 현황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반지하(지하 포함) 거주 가구는 37만 9605 가구이고, 이 중 96%인 36만 4483가구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습니다.
유독 반지하 가구 등이 수도권에 몰린 이유는 높은 집값 때문이다. 비싼 전·월세 비용을 감안하기 부담스러워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반지하 등을 거주 공간으로 고른 주거 취약에게 늘 여름철 폭우는 가혹한 대상이었다. 서울시가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반지하 상당수가 침수 피해를 입자 저지대 주거용 반지하 신축을 금지했으나 2020년 말 기준 서울 시내에만 20만 849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 2022년 8월 10일, 쿠키뉴스 <“아이고, 어떡해”… 폭우는 또 ‘주거 약자’를 먼저 삼켰다> 중
하지만 주거 약자를 보호할 대책은 마땅히 없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중국인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또 다른 우리의 사회 문제를 보여주는 사고입니다. 컨테이너와 같은 가설 건축물을 ‘임시숙소’로 사용하려면 건축법에 따라 지방단치단체에 신고해야 하는데요. 사망자가 다닌 공장은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2020년 12월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 씨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이주노동자의 주거 문제가 사회 문제로 불거졌고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화마와 수마에 휩쓸린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2022년 8월 10일, 경향신문 <수마에 휩쓸린 컨테이너 속 이주노동자…반복되는 죽음의 사각지대> 중
얼마나 많은 참사가 반복돼야 그놈의 ‘대책’이란 게 만들어질까요? 얼마나 많은 약자들이 목숨을 잃어야 그놈의 ‘법제도’라는 게 정상 작동할까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반지하에 살아도 그럴 수 있을까요? 불현듯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폭우가 쏟아지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반) 지하 주거 현황과 시사점’을 발표한 박인숙 국회 입법조사관보는 “채광, 환기, 습기 등 생활환경이 열악한 반지하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주택 개보수 및 개량 등 물리적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중호우 피해와 관련해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국민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는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에 따른 인·물적 피해와 손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테고요.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폭우와 폭설 같은 자연재해는 자주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견된 재해라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소리입니다. 모쪼록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멀쩡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비극을 겪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비야, 너도 좀 그만 내리렴. 지금 내 신발과 양발이 잔뜩 젖었어. 축축한 건 둘째 치고, 식사 자리에 신발 벗고 앉아 있어야 하는데, 어쩔 테야!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