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정말 일하다 죽겠습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는 ‘초 우주적’ 발상

by 류재민

법이 정한 최대 노동시간이 일주일에 몇 시간인지 아시나요? 그렇습니다. 52시간입니다. 그런데 이 노동시간을 계산하는 방법이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무슨 영문일까요?


현재 1주일 노동시간 계산법은 이렇습니다. 1주일 40시간(8시간 × 5일, 법정근로시간)은 기본이고, 회사와 노동자가 합의하면 1주일에 12시간까지 더 일할 수 있는 겁니다. 연장근로라고 하죠. 다시 말해, 1주일 노동시간은 52시간을 넘지 못하게 한 겁니다.


이걸 정부의 ‘오다’를 받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바꾸자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연구해 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5개월간의 연구 끝에 정부 권고안을 내놨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최대 12시간에서 월, 분기, 반기, 1년 등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주52시간 근무제’를 업종·기업 특성에 맞게 운용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게 핵심이다. 또 기업들이 연공급형이 아닌 직무·숙련도 중심 임금체계로 바꿀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2022년 12월 12일, 한국일보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주52시간제, 최대 연 단위까지 관리하게 해야”> 중
한국일보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주52시간제, 최대 연 단위까지 관리하게 해야”> 중

정리하면, 연장근로 시간을 1주일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1개월·3개월·6개월, 최대 1년 단위로 계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데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1개월 단위로 계산한다고 하면요. 한 달(평균 4.345주) 동안 할 수 있는 연장근로는 총 52시간(주당 12시간 ×4.345주)이 되는데요. 이걸 그달에 알아서 나눠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뭔 소린지 아세요? 산수에 약한 저는 글을 쓰면서도 당최 뭔 소린지 못 알아 먹겠습니다.

아무튼, 어쨌든 간에, 그럼 어떻게 되는 거냐고요? 어떤 주에는 1주일에 52시간 넘게 몰아서 일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근데 이걸 갑자기, 뜬금없이 왜? 하자는 걸까요? 쉽게 말하면, 일 할 땐 화끈하게 하고, 쉴 때도 화끈하게 쉬자는 겁니다.


다시 타임!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 시절 논란을 부추겼던 ‘1주일 120시간’이 현실화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요? 음. 저도 살짝, 그런 기운이 느껴지긴 합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에 기업들의 불만이 많다’는 물음에 “실패한 정책”이라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 52시간 제도 시행에 예외 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나온 전문가들 제안을 바탕으로 법을 만들어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러다 정말 1주일에 120시간을 일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법에 따르면 회사는 4시간마다 30분씩 노동자에게 쉬는 시간을 주도록 하고 있어서 11시간은 휴식이 보장됩니다. 주 120시간 노동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69시간까진 가능하다고 하니, 그것 역시 만만치 않죠.


기업은 환영이고,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회사야 노동시간을 멋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노동자가 11시간 연속으로 쉬는 건 싫답니다. 노동자가 무슨 타이머 맞춰놓고 돌리는 기계도 아니고.


노동계는 야근을 계속하면 건강도 해칠 수 있고, 과로로 인한 사고가 날 확률이 크다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발생한 빵 공장 청년의 죽음도 과로가 한몫을 차지했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누더기를 만들어 놓고, 일만 진탕 부려 먹으려는 놀부 심보란. 노조가 없는 영세 기업 노동자들은 회사랑 합의나 제대로 되겠습니까. 까라면 하라면 해야지!


왜 책상 앞에 앉아 이런 초(超) 우주적인 발상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몰아치기 노동과 몰아치기 휴식이 먹히는 곳만 적용하면 되는 게 아닐까요? 왜 법으로 못 박아놓고 나중에 책임도 못 질 일을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들어가는 건 카드값이요, 나오는 건 뱃살과 한숨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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