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내 책을 만났다
슬기생, 교보문고 상륙작전
광화문 교보문고 J3 매대. ‘주목 신간 에세이’ 코너에서 제 책 ‘슬기로운 기자 생활’을 만났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서점이라고 불리는 곳에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책을 보자마자 울컥했습니다. 늬들이나 나나 참 고생 많았다, 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매대 위에는 모두 다섯 권이 있었습니다. 맨 위에 두 팔 벌리고 있는 책 한 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책 정리 중이던 직원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직원은 제가 책의 작가인 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책을 들고 주변을 어슬렁거렸습니다. 왜냐고요?
혹시 제 책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요. 신인 작가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진을 찍어준 직원이 계속 같은 자리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필 제 책 앞에서 말입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 옆을 피해 갔습니다.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괜히 화가 났습니다. 가서, 제 책들을 옆으로 옮겨놓고 싶은 충동까지 들 정도로.
광화문 교보문고 주목신간 에세이 코너에서 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그러다 한 손님이 직원에게 뭘 물어보는가 싶더니, 상담 코너로 떠났습니다. 그제야 답답했던 속이 풀렸습니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한 아주머니께서 제 책이 놓인 곳 앞에서 계속 핸드폰 검색을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런!
아주머니가 간 뒤에 온 사람들도 꼭 제 책 앞에서 다른 책을 집어 들고 한참을 보더라고요. 아이 증말 이 사람들이!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그때였습니다. 젊은 숙녀분이 제 책을 집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한 장 한 장 넘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다 못해 멎어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가서, 내가 저 책을 쓴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책을 사면 멋지게 사인해 준다고 꼬셔야 하나.
그런데, 그런데, 아! 님은 갔습니다. 들고 보던 ‘슬기생’을 무심히 내려놓고 J4 열을 향해 난 작은 길을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오 마이 갓.
슬기로운 기자생활, 바라는 대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져라!이후로도 제 책을 만지작거리던 사람은 한두 명 더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내려놓지 마라, 그대로 들고 가라' 맘속으로 주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제 책은 도로 제자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책 한 권 파는 게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이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한참 서점을 서성이고 맴돌다 나왔습니다. 나오기 전에 서점 직원 몰래 제 아이들을 좀 더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 놨습니다. 좀 전에 검색해 보니 오전에 5권이던 재고가 3권으로 줄었습니다. 오, 부처님! 2권을 사간 이름 모를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행복과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