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7등이면 어떻고 12등이면 어때
내 책이 세상에 존재하면 그만이지
교보문고 시/에세이 947위. 지난 12일 출간한 ‘슬기로운 기자 생활’ 1월 마지막 주 순위다. 지난 17일 356위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설 명절 연휴를 기점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인문/미디어 주간 10위권을 유지했던 알라딘은 12위까지 밀렸다. 예스24도 판매지수 1,000점대 유지가 버거울 정도다.
‘개업 발’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크게 상심하진 않는다. 초반에는 주변 사람들이 구매하기 때문에 전문서점 순위가 '반짝' 올라간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별의 순간이 얼마나 가느냐의 차이일 뿐. 김영하나 유시민 같은 유명작가도 아니면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는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나는 신인 작가 아니던가. 책 팔아서 배를 불리고 부자가 될 욕심은 꿈조차 꾸지 않았다. 대신 이 세상에서, 아니 세상에서 사라지고 난 뒤에도 내 이름이 새겨진 책 한 권 남긴 것만큼 귀한 보물이 또 있을까.
교보문고 시/에세이 947위. 한방에 313위 떨어졌다.물론, 나도 사람이고 인간인데 떨어지는 순위에 왜 서운함이 없으랴. 역발상을 하면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알라딘 사회과학 분야 인문/미디어 주간 12위는 아무나 하나. 나보다 후 순위 책들을 보면 얼마나 대단하고 기특한가.
더구나 카테고리 범주를 사회과학→인문/미디어→언론인까지 세분화하면 2주째 1위(2위는 손석희 님 ㅎㅎ)다. 이 얼마나 놀라운 성적인가. 나는 태어나서 이제껏 1등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예스24는 또 어떤가. 인문→ 인문/교양→인문에세이 주간베스트(판매량순) 180위. 하지만 이번 달에 나온 신상품 분야에서는 9위다. 10등 안에 들었으니 얼마나 잘하는 건가. 출간 당시 22곳이던 판매처도 지금은 3배 늘어난 64곳이다. 60곳이 넘는 곳에서 내 책이 팔리고 있는 것이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현직 기자이지만 천편일률적인 서평이나 기사를 원치 않아 별도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간간이 책 소개를 하는 정도다.
고마운 건, 주변에서 책을 산 분들께서 자신들의 SNS에 팔 걷어붙이고 입소문을 내주고 있다. 책 한 권 사준 것도 엎드려 감사드려야 할 일인데, 내 일처럼 나서주는 모습에서 고마움을 너머 몇 배의 인간미를 느끼고 있다. 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금 사의(謝意)를 표한다.
그런 걸 보면,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이지만, 그리 못 산 삶은 아니었구나 싶다. 책 제목처럼 ‘슬기로운 기자 생활’은 아니더라도 ‘못된 기자’나 ‘기레기’처럼 살진 않았다는 걸 실감한다. 그래, 나 스스로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자신 있게, 용감하게, 용기 있게 책을 쓰고 세상에 내놓았다.
그 길에 염려하고,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는 분들이 있서 다리 아프지 않고 걷는다. 늦은 밤, 이른 새벽, 주말과 휴일 틈날 때마다 글을 써도 고단하지 않다.
알라딘 1월 3주에 이어 4주까지 인문/미디어 '언론인' 1위에 올랐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반듯하고 똑바르게 한 줄이라도 더 쓰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쓰는 직업인데, 쓰는 일이 귀찮거나 싫증이 나지 않는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께 고맙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읽기도 부지런히 할 것이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나도 김훈처럼, 유시민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이름만 대도 고개를 끄덕일 ‘유명작가’가 될 것이다. 뭐? 어느 세월에? 음.. ‘언젠가’는 전지적 불특정 막연 시점이다. 나도 모르고 당신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끝!
끝! 뒤에 사족을 붙이면, 한 달 전부터 네이버에 ‘글사냥꾼’이라는 이름으로 웹소설 ‘안녕, 도깨비’를 연재하고 있다. 28일까지 원고지 400자를 썼고, 챌린지리그(2부) 29회를 마쳤다. 노력이 가상했는지, 네이버에서 지난 화요일 ‘승격 후보’ 딱지를 붙여줬다.
매주 10명씩(장르별) 베스트리그(1부 리그) 승격이 확정된다. 내 작품은 현재 승격 후보 3위다. 큰 변수가 없다면, 이틀 뒤 승격될 것이다. 이제 웹소설 계도 뛰어든다. 열렬히 응원할 일 아닌가. 앗, 사족이 길었다. 괜찮다. 판타지 세계에선 발이 여러 개 달린 뱀이 차고 넘친다.
어쭙잖게 쓰기 시작한 네이버 웹소설 '안녕, 도깨비'가 챌린지리그에서 베스트리그 승격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