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잉아,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마리모’를 아시나요?

by 류재민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초1 아들의 레어템(rare item) ‘마리모’입니다. 마리모가 뭐냐고요?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미혼인 후배한테 마리모가 뭔지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던데, 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후배는 알고 있더라고요. 포장을 열어보니 설명서가 들어 있네요.

마리모는 공 모양의 집합체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담수성 녹조류의 일종이래요. 물에서 기르는 수경식물로, 가끔 기분이 좋을 때 물 위로 떠오른다고 해요.
마리모가 떠오르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전설이 있어 어려움을 이기고 소망을 이루는 행운의 상징으로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수명이 길고, 관리가 어렵지 않아 식물을 잘 못 기르는 사람들도 키우기가 쉽답니다.


안에는 마리모 먹이도 들어있었습니다. 아들은 마리모 이름을 ‘뽀잉’이라고 지었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보고 보고 보고 또 봐도 마냥 신기하고 좋은가 봅니다. 반갑다고 인사하고, 말도 걸어보고 아주 신났습니다. 두 살 터울 누나도 덩달아 신났습니다. 두 남매는 마리모에 밥도 잘 챙겨주고,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아이들은 평소 즐겨 보는 프로그램(흔한 남매)에서 마리모를 처음 영접했다는데요. 특히 아들은 마리모에 꽂혀 오늘만 기다렸답니다. 오늘은 바로 아들의 일곱 번째 생일입니다. 생일 선물인 마리모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탓에 아들과 저희 부부는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흔한 말로 싸게 먹혔다고 하죠.


생일 케이크를 놓고 아빠 퇴근만 기다리던 아들은 제가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어서 빨리 촛불을 붙여달라고 성화입니다. 손도 제대로 씻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냅니다. 초에 불을 붙이며 제가 한마디 합니다. “생일에는 엄마랑 아빠한테 감사해야 해. 엄마랑 아빠가 없었으면 넌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어.”


아빠랑 누나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엄마는 동영상을 찍습니다. 아들이 후~하고 촛불을 끄고, 우리는 박수를 치며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훈아,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코로나 때문에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 텐데, 잘 참아줘서도 고마워.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라줘. 아빠한테는 훈이가 뽀잉이야.” 아들이 “네~”하고 활짝 웃습니다. 이 맛에 아들 키우나 봅니다.

퇴근길 어머니와 카톡을 나누다 아들의 생일 소식을 알렸습니다. 케이크 먹게 빨리 오라고 해서 급히 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어머니 답장이 뭉클합니다. “새끼가 무섭긴 하지.” 아아, 저 역시 어머니의 소중한 아들이었습니다. 어머니도 4대 독자인 제 생일마다 그런 맘이셨겠지요. 저도 어머니한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뽀잉’이겠지요.

새롭게 우리 가족이 된 마리모, 아니 '뽀잉'이랍니다.


“생일에는 엄마랑 아빠한테 감사해야 해. 엄마랑 아빠가 없었으면 넌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어.” 아들한테 했던 말이 돌아와 제 가슴에 박힙니다. 저도 어머니가 없었다면 옥같은 아들을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억겁의 시간을 돌고 돌아 부모 자식으로 다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우주를 떠돌던 별과 행성이 지구를 지나다가 스치듯 마주칠 정도쯤 될까요?

너에게 달려가는 것보다
때로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묵묵히 너의 뒷모습이 되어주는 것도
너를 향한 더 큰 사랑인 줄을 알겠다
너로 인해, 너를 알게 됨으로
내 가슴에 슬픔이 고이지 않는 날이 없었지만
네가 있어 오늘 하루도 넉넉하였음을
네 생각마저 접으면
어김없이 서쪽하늘 벌겋게 수놓는 저녁해
자신은 지면서도 세상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 주는
그 숭고한 헌신을 보면, 내 사랑 또한
고운 빛깔로 마알갛게 번지는 저녁해가 되고 싶었다
마지막 가는 너의 뒷모습까지 감싸줄 수 있는
서쪽하늘, 그 배경이 되고 싶었다
<길의 노래, 이정하>

가만 보니 어머니 생신이 얼마 안 남았네요. 용돈은 못 드려도, 미역국은 한 솥 푸짐하게 끓여 드리겠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민수(Minsu)의 ‘생일 노래(The Birthday Song)’입니다.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Os8LCvJ-Z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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